[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상품 심사를 서둘렀다고 밝혔다. 통상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나온 뒤 진행되는 금감원 심사를 이번에는 예비심사와 병행한 사실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기보다 금융당국이 먼저 정한 출시 일정에 심사 절차를 맞춘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심사 절차에 관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통상 ETF 상장 과정에서 거래소 상장예비심사가 끝난 뒤 금감원 심사가 진행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거래소 예비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금감원이 심사에 착수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어 이러한 심사 방식이 처음인지를 묻자 이 원장은 "저희가 확인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심사를 서둘러 진행한 배경으로는 금융위원회가 앞서 발표한 출시 일정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가 지난 4월 중순께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래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지난 5월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는 4월28일부터 5월13일까지, 금감원의 펀드심사는 4월28일부터 5월14일까지 진행됐다. 두 기관이 같은 날 심사에 착수했으며, 금감원은 거래소 예비심사가 마무리된 다음 날 펀드심사를 종료했다.
특히 4월28일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관련 규정이 시행된 날이다. 제도 시행 당일부터 두 기관이 상품 심사에 동시에 착수한 것이다. 이후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16종과 상장지수증권(ETN) 2종이 일괄 상장됐다.
심사기간을 둘러싼 논란은 앞서도 제기됐다. 박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예비심사 신청부터 실제 상장까지 약 29일이 걸렸다. 최근 5년여간 상장된 ETF 852건의 평균 소요기간인 60.9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심사기간을 이례적으로 단축했다는 지적에 반박해 왔다. 거래소가 담당한 예비심사에는 13일이 소요돼 국내 대표지수형 ETF의 최근 5년 평균인 11일보다 오히려 길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는 전체 상장 소요기간과 개별 심사기간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 새롭게 확인된 대목은 심사 속도에 관한 금감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이 금융위의 정책 발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사전에 정해진 출시 일정이 개별 상품 심사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심사의 충실성을 판단할 핵심 자료에 대해서도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의원이 금감원 심사 도중 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를 확인했는지 묻자 이 원장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금융위는 지난 7월 20일 설명자료를 통해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영향평가 등을 모두 진행했으며 필요한 제도 정비와 시스템 개발을 마친 뒤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출시 당시에도 일반 투자자에게 2시간의 사전교육과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는 등 투자자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따라서 금감원이 거래소와 심사를 병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법령 위반이나 심사 부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출시 이후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사전 위험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은 남아 있다. 국회에 제출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부터 8월14일까지 주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을 통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개인투자자 확정 매매손실은 2조3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회사와 해당 기간에 한정된 손실 규모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월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기본예탁금 요건을 현금 3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놨다.
이날 국감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과 심사 과정에 관한 자료 제출 요구도 이어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자 손실과 연령대별 투자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송언석 의원은 상품 도입 관련 회의에 참석한 금감원 인사의 명단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손실 관련 자료에 대해 "자료가 방대하다"면서 "종합 국정감사 전에는 확실히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관련 심사기록과 자료를 추가 제출하면 거래소 예비심사 결과가 실제 금감원 심사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출시 일정을 맞추는 과정에서도 상품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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