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종근당그룹 승계 작업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종근당에 대한 지분 증여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오너 3세인 이주원 종근당 상무가 핵심 사업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에 대한 이장한 회장의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부터 증여세 산정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남은 6개월 사이 구체적인 지주사 지분 승계 시나리오가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공법인 증여 대신 현물출자나 가족회사를 활용한 지분 우회 확보 전략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장한 회장→종근당홀딩스→종근당 등 계열사’로 집약된다. 지난해 9월 주요 상장 계열사인 경보제약에 이어 최근 종근당의 지분까지 증여를 완수하면서 승계 작업이 한 단계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초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종근당 지분 9.55%(131만8807주)를 세 자녀에게 전량 증여했다. 특히 이번 증여로 자녀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 중인 이주원 종근당 상무(개발전략센터장)의 회사 지분율은 1.48%(20만4813주)에서 5.32%(73만3620주)로 증가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종근당홀딩스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으로 향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종근당(지분 26.7%)와 경보제약(지분 43.41%) 등을 거느리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과 그의 부인인 정재경씨 등 오너 2세 부부가 가진 종근당홀딩스 지분은 총 39.55%다. 이날 주가 기준 약 708억원 규모다. 이 지분의 상당 부분이 이주원 상무에게 넘어가야만 실질적인 3세 승계 퍼즐이 맞춰질 수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종근당 오너 일가가 앞으로 6개월 이내 종근당홀딩스 지분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확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주식 증여세 평가 방식이 크게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상 상장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4월부터는 약 6년 반 동안의 평균 주가와 현행 평가액의 130% 중 더 높은 금액을 적용해 산정하게 된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시점을 활용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의 승계 전략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향후 6개월이 지분 승계 골든타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상무가 당장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직접 증여받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이번 종근당 주식 수증만으로도 약 17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날 주가 기준 700억원대에 달하는 이 회장 부부의 홀딩스 지분에 대한 세금 재원을 단기간에 마련하기엔 자금 압박이 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지주사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우회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카드로 꼽히는 것이 ‘현물출자 및 신주 인수’ 시나리오다. 이는 이 상무가 증여를 통해 확보한 종근당이나 경보제약 등의 주식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종근당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시나리오다.
투자은행 업계(IB) 업계 한 관계자는 “출자할 회사 주가가 높고 종근당홀딩스 주가가 낮으면 더 큰 비율로 신주를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종근당홀딩스 소액주주의 지분 희석 논란과 교환 비율 공정성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오너 가족회사 ‘벨에스엠’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벨에스엠은 이 상무(40%)을 비롯해 이 회장(30%)과 두 딸(각 15%) 등이 지분을 나눠가진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벨에스엠이 보유한 종근당홀딩스의 지분은 0.47%다. 벨에스엠이 장내매수 또는 오너 일가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의 형태로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사들인다면 우회적으로 이 상무의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종근당 측은 지분 승계와 관련해서는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이 상무가 맡아왔던 개발기획팀이 그의 승진과 함께 개발전략센터가 됐으며 (그는)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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