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에이전틱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종민 인텔 코리아 상무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AI 대전환: 자본시장의 권력 이동'을 주제로 열린 '딜사이트 창립 기념 경영전략 써밋 2026'에서 기조강연으로 '에이전틱 AI 시대: 각자도생의 지정학'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상무는 AI 시장의 성장과 함께 추론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5년 약 100기가와트(GW)에서 2030년 약 200GW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에서 AI 추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에서 37%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에이전틱 AI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반면 에이전틱 AI는 여러 AI가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검색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연산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과 관리, 보안 등 다양한 기능이 요구된다.
문 상무는 반도체별 역할도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5개의 '가문'에 비유했다.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GPU, 중간에 위치한 CPU,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NPU, 텐서처리장치(TPU)·주문형반도체(ASIC)·언어처리장치(LPU) 등 전용 가속기, 데이터처리장치(DPU)·인프라처리장치(IPU)가 각각 경쟁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중 여러 AI 에이전트의 작업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CPU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CPU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여러 에이전트의 동작과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상무는 “현재 GPU 서버에는 통상 GPU 8개와 CPU 2개가 들어가지만 이 비중이 4대 1에서 1대 1까지 갈 수 있다는 시장 보고서도 있다”며 "비싼 자원보다는 조금 더 가성비 좋은 자원을 고려하는 게 에이전틱 AI 시대 인프라 운영의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텔 역시 고객 맞춤형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기술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반도체는 성능과 전력 효율, 기능 등을 고객 요구에 맞게 구현하는 제품으로 로봇과 자동차 등 피지컬 AI를 비롯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하는 기술이다. 인텔은 칩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내장형 멀티다이 연결 브리지(EMIB)와 수직으로 적층하는 포베로스(Foveros) 기술 등을 확보했다.
문 상무는 "기업 입장에선 제작된 반도체의 전력이나 코어 수, 기능 등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남들은 사용할 수 없는 커스텀 반도체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인텔도 커스텀 반도체 사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 시장을 골프에 비유하며 다양한 반도체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상무는 현재 AI 시장이 골프 연습장에서 1시간 중 55분을 드라이버 연습에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골프에서 가장 잘 쓰이고 비싼 클럽은 드라이버지만 드라이버 하나로 라운딩을 할 수는 없는 데다 그린, 러프 등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도 다양한 클럽으로 골고루 연습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 한국이 진정한 AI 주권을 구축하길 바라며, 인텔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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