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로직스)가 싱가포르계 투자사 옥타바펀드(옥타바)가 보유한 전환사채(CB)를 두고 딜레마에 직면했다. 현금 상환 시 대규모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고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옥타바는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금 회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로직스가 2023년 3월 옥타바를 대상으로 발행한 455억원 규모의 제3회차 CB는 현재 전량 미전환·미상환 상태다. 해당 CB는 표면이자율이 0%인 대신 만기 상환 시 약정된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다.
로직스는 지난해 12월 옥타바와의 합의를 통해 해당 CB의 만기를 기존 2026년 3월20일에서 2027년 3월20일로 1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만기보장수익률도 연복리 4.12%에서 4.83%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전량 미전환 상태로 만기가 도래할 경우 로직스가 상환해야 할 금액은 원금 455억원과 상환할증금 약 94억원을 합한 54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구조는 옥타바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로직스의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 경우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만기상환을 통해 원금과 상환할증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옥타바는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과 오랜 관계를 이어온 투자사다. 올해 6월 말 기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파마) 지분 18.12%를 보유한 2대주주다. 동시에 로직스 지분도 4.18%를 보유하고 있으며 455억원 규모 CB의 채권자이기도 하다. 그룹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주주 수익과 채권 투자에 따른 수익을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양측의 인연은 파마의 국내 증시 상장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옥타바는 파마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전부터 주요 주주로 참여해 왔으며 창업주 측과 장기간 투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 회장이 싱가포르 국책 기관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옥타바 측이 연구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해 일각에선 옥타바가 당장의 현금 상환보다 로직스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유하고 있는 CB의 만기를 1년 연장한 것도 해당 전략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옥타바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이 신약 연구개발(R&D) 역량과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옥타바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이 정작 로직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우선 현금 상환을 선택할 경우 약 549억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로직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69억원에 불과하다. 만기상환액이 보유 현금의 약 8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체 보유 현금만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자금조달이나 차환 등을 통한 대규모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주식 전환 역시 부담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올해 6월 2474원까지 하향 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전량 전환할 경우 약 1839만주의 신주가 발행된다. 이는 6월 말 기준 로직스 발행주식 총수 약 7775만주의 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량 전환을 가정하면 옥타바의 로직스 지분율은 기존 4.18%에서 약 22.5%로 확대된다. 반면 파마와 박소연 회장·김진우 부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60.26%에서 약 48.7%로 낮아진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데다 전환주식이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3회차 CB 관련해 만기 연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사채권자와 협의 중”이라며 “다만 사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결과를 미리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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