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오리온이 1조원대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본격 집행하면서도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요를 확인한 뒤 생산능력을 늘리는 보수적인 투자방식이 재무부담을 낮추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기존 시설을 웃도는 수요를 바탕으로 영업현금을 창출하고 해외법인의 이익을 배당으로 수취하면서 풍부한 자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실제 자금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오리온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 및 물류 시설에 총 1조15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법인별로는 한국에 진천통합센터 건립 등을 위해 5260억원을 투입한다. 베트남에는 하노이·호찌민 공장과 물류시설 확충에 2860억원, 러시아에는 트베리 신공장동 건설 등에 2500억원을 투자한다. 중국과 인도의 생산시설 확충에도 각각 720억원, 190억원을 배정했다.
연결 현금흐름표상 오리온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형자산 취득에 지출한 금액은 총 2912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장기 투자계획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중인자산도 빠르게 늘었다. 2024년 말 383억원이던 건설중인자산은 지난해 말 752억원, 올해 6월 말 2421억원으로 증가했다. 건설중인자산은 공사나 설치가 진행 중으로 아직 가동하지 않은 시설 등에 투입된 금액이다. 진천통합센터와 러시아 트베리 신공장 등 주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투자금이 자산으로 쌓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재무적 부담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오리온의 부채비율은 18.9%에 그쳤고 실질적인 금융차입금도 거의 없는 상태다. 생산시설 취득과 공사에 현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투자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기반은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 영업현금흐름은 총 8209억원으로 같은 기간 유형·무형자산 취득액 3200억원의 약 2.6배에 달했다. 생산시설 등에 필요한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고도 5009억원의 여력을 남긴 셈이다.
두 번째 기반은 해외법인에서 창출한 이익을 배당으로 본사에 들여오는 구조다. 오리온 본사가 지난해 베트남 오리온푸드비나와 중국 사업 지주회사 팬 오리온(PAN ORION) 등에서 실제 수취한 배당금은 2534억원이다. 해외법인에 축적된 현금을 본사가 국내 설비투자와 다른 법인 출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으로 옮겨온 것이다.
배당의 원천인 해외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국·베트남·러시아 3개 법인의 합산 매출은 2021년 1조5679억원에서 지난해 2조1982억원으로 40.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법인 매출 1조1458억원의 약 1.9배다. 해외 사업이 국내보다 큰 외형을 바탕으로 연결 실적과 현금 창출에 기여하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사업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해외 3개 법인 합산 매출은 1조2509억원으로 한국 법인 매출 5834억원의 약 2.1배에 달했다. 이들 3개 법인 매출의 연결 매출 대비 비중은 지난해 연간 66%에서 올해 상반기 68.6%로 높아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수한 본업 경쟁력과 재무적 안정성에 기반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넓히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국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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