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지만, 트렁크 아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렁크 바닥 아래 얼마나 넓은 공간이 있는지 모르는 운전자도 상당합니다."
1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 이날 대상을 받은 M.S.V.2팀의 조광래 현대차 MSV내장설계2팀 파트장은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기술은 조 파트장을 비롯해 윤진석·윤호영·박종민 책임연구원 등 4명이 개발했다. 기존 러기지 보드를 분리하지 않고도 트렁크 하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러기지 보드는 자동차 트렁크 바닥에 깔리는 판 형태의 적재판을 말한다.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갖췄다. 먼저 보드를 앞으로 밀면 세 단으로 접히면서 뒷좌석 시트 뒤쪽에 고정돼 트렁크 상·하부 공간을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현대차 투싼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유모차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싣는 모습을 시연했다. 무거운 짐을 편리하게 싣도록 보드를 차량 밖으로 당겼다가 밀어 넣는 아웃 슬라이딩 기능과 야외활동 시 음료나 간식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티 테이블 기능도 선보였다.
이날 열린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실물로 구현해 선보이는 행사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맞아 '혁신의 기원'을 주제로 개최됐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해 총 130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사전 심사를 통과한 6개 팀에 제작비와 제작 공간 등을 지원했으며, 각 팀은 약 4개월간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했다.
이날 본선에는 M.S.V.2팀의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를 포함해 총 6개 작품이 올랐다. 상용차 운전자부터 영유아, 시각장애인까지 다양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한 기술들이 공개됐다.
먼저 아이 캔 두 디스 올 데이(I Can Do This All Day)팀은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1분 영상으로 기록하는 '히어로 레코더'를 선보였다. AI가 운전자의 표정과 차량 내부 상황을 분석해 의미 있는 순간을 영상으로 편집한다. 안치영 현대차 상용통합제어개발팀 책임연구원은 "14년째 화물차를 운행하는 운전자의 긴 하루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늘봄팀은 차량과 유모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영유아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늘봄'을 공개했다. 아이의 수면 상태와 비정상 자세를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려주며, 유모차에 장착하면 주변 자전거와 킥보드, 차도 이탈 위험도 감지한다. 최수영 현대차 자율주행판단개발1팀 책임연구원은 "단순한 모니터링 기기가 아니라 이동 과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T4B팀은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보행을 돕는 스마트 글라스 '아이-브릿지'를 선보였다. 로봇 자율주행 기술로 장애물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음성으로 안내한다. 진우종 현대차 로보틱스사업부 책임연구원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가이드 러닝 봉사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컴포트 드라이브(Comfort Drive)팀은 엠비언트 라이트와 후석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차량 멀미를 줄이는 '멀미 제로(Zero)'를 공개했다. 조명과 화면 테두리의 움직임으로 차량의 주행 정보를 전달해 탑승객의 감각 불일치를 줄이는 방식이다. 개발진에 따르면 자체 실험에서 참가자 48명 중 40명이 멀미 완화를 경험했다.
보디가드팀은 탑승자의 체형에 맞춰 형태가 바뀌는 '핀 프린트 시트'를 개발했다. 시트 내부에 배치된 78개의 리니어 액추에이터가 높낮이를 조절해 좌석 형태를 바꾸는 기술이다. 오하림 현대차 차체선행생기1팀 매니저는 “어린이의 성장에 따라 카시트를 반복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이재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1담당 전무는 "최근 파리 모터쇼에서 중국 업체들의 차량을 보니 디자인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1만달러가량 저렴했다"며 "현대차·기아도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늘 6개 팀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며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당당하게 도전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봤다"고 부연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