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국제지가 제지사 담합에 따른 과징금 491억원을 여섯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일시적인 자금 부담은 덜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서는 등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부채비율도 반년새 30%포인트(p)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제지는 과징금 납부에 내부 자금을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제지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지난해말 2588억원에서 올해 6월말 3359억원으로 29.8% 늘었다. 같은기간 자본총계는 11.4% 감소한 3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63.7%에서 93.3%로 29.6%포인트 상승했다.
부채가 늘어난 데는 과징금을 미지급금으로 계상한 영향이 반영됐다. 한국제지는 반기보고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491억원을 미지급금으로 반영했다. 차입금도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1353억원에서 올해 6월말 1628억원으로 20.4% 늘었다.
다만 차입금 의존도 등 다른 지표를 보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제지는 그동안 보수적인 차입 기조를 유지해왔다. 부채비율은 ▲2022년 63.1% ▲2023년 68% ▲2024년 71% ▲2025년 63.7%로 60~70%대를 유지했다.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도 같은기간 ▲28.5% ▲25.2% ▲26.8% ▲24.8%를 기록했다. 올해 6월말 차입금의존도는 27.1%다. 통상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본다. 올해 부채비율 상승은 차입금 증가보다 과징금 미지급금 반영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금 창출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1억원 순유출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120억원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말 181억원에서 6월말 285억원으로 57.2% 증가했지만 이는 재무활동에서 차입금이 늘면서 199억원이 유입된 까닭이다.
인쇄용지 내수 단가가 하락하는 등 본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도공지(복사지 등) 가격은 지난해 톤당 130만8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122만원으로 6.7% 내렸고, 도공지(잡지용 등) 가격은 149만1000원에서 135만4000원으로 9.2%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물류비, 전기료 등 고정비가 계속 오르는데도 공정위 심사가 이어지면서 2년 넘게 인쇄용지 가격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징금 납부가 이달부터 본격화하면서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제지는 공정위로부터 납부기한 연기와 6회 분할 납부를 통보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지난해말 자기자본의 12.08%에 달한다. 회사는 과징금 총액 491억원을 회당 80억원 안팎으로 나눠 납부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첫 회차를 시작으로 내년 2월·6월·10월, 2028년 2월·6월까지 4개월 간격으로 납부한다.
한국제지는 과징금 납부에 내부 자금을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보유 부동산 매각대금도 과징금 납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지는 경주와 포항 일대 조림지를 매각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금양그린파워와 포항 소재 토지를 153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별도로 올해 3월에는 포항 소재 토지 일부를 매각했지만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6월말 기준 경주 일대 토지 장부가는 611억원이다. 다만 포항 부지의 처분 예정일은 2028년 4월로 매각 대금이 과징금 납부 일정에 맞춰 유입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가급적 차입보다는 내부 자금으로 과징금을 납부할 계획"이라며 "영업활동 운영자금 외에 여유자금이 있으면 과징금 납부에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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