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SM 3.0'은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퇴진 이후 제작 권한을 분산한 SM은 신규 아티스트를 잇달아 선보였고, 본사 매출도 3년 새 3000억원 가까이 불렸다. 영업이익 역시 증가했지만 제작체제의 효율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제작센터별 인력과 비용, 제작기간, 손익 등 핵심 지표가 공개되지 않아서다. 올해 '멀티 크리에이티브' 체제로의 고도화까지 추진하는 SM에 이제는 늘어난 제작 역량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 입증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총괄프로듀서 대신 5개 제작센터…매년 신규 IP 확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SM은 2023년 'SM 3.0' 전략의 핵심으로 '5+1 멀티 프로덕션' 체제를 도입했다. 이 전 총괄에게 집중됐던 제작 권한을 아티스트별 전담조직에 분산하고 버추얼 IP 전담조직도 마련했다. 기존 아티스트의 활동과 신인 데뷔를 병행해 제작 공백을 줄이려는 취지다.
제작체제 개편 이후 신규 IP 배출과 콘텐츠 공급 확대라는 성과가 나타났다. SM이 공개한 음반·음원 발매 건수는 2022년 56개에서 2023년 64개로, 신보 판매량은 1206만장에서 2010만장으로 증가했다. 2023년 라이즈를 시작으로 2024년 NCT WISH와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2025년 하츠투하츠까지 신규 IP도 매년 선보였다.
SM 측은 앨범 발매와 아티스트 활동, 신규 IP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신규 IP를 선보였으며, 다수 아티스트를 동시에 기획·운영해 IP 론칭 속도와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신규 IP 확대는 멀티 프로덕션 체제의 가시적인 성과지만 제작 효율성 개선을 입증하는 지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음반 판매량은 기존 아티스트의 활동 시기와 팬덤 규모에 영향을 받고, 신규 그룹의 데뷔가 늘더라도 투입 인력과 제작비가 함께 증가했다면 비용 대비 성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 매출 58% 증가…수익성은 2024년 저점 찍고 반등
재무실적에서도 외형 성장세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M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은 2022년 5138억원에서 2023년 6195억원, 2024년 6627억원을 거쳐 지난해 8125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간 증가율은 58.1%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96억원에서 1670억원으로 67.7% 늘었다.
수익성은 외형 성장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별도 영업이익률은 2022년 19.4%에서 2023년 18.6%, 2024년 16.9%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20.6%로 반등하며 2022년 수준을 넘어섰다. 매출과 이익의 절대 규모는 확대됐지만 수익성 개선이 일관되게 나타난 것은 아닌 셈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4299억원, 영업이익은 82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0.3%, 영업이익은 7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1.5%에서 19.2%로 2.3%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영업이익률의 등락을 멀티 프로덕션 체제의 비용 효율성 변화와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아티스트별 활동 시기와 음반·공연·MD 등 사업별 매출 구성, 정산비와 외부 제작비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이후 내부 제작조직을 확대하면서 비용구조가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절감 효과가 재무제표에 별도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연결 기준 실적에서는 사업 구성의 영향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1749억원, 영업이익은 1830억원을 기록했다. SM 측은 MD·라이선싱 매출 증가와 디어유 연결 편입 등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연결 실적에는 자회사 손익과 연결 범위 변동 효과가 반영되는 만큼 본사 제작체제 개편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별도 실적과 구분해야 한다.
직원 46% 늘었지만 인당 매출 30% 증가…제작센터 효율성 별개
멀티 프로덕션 도입 이후 제작조직을 확대한 가운데 본사 인력도 크게 늘었다. SM의 본사 직원 수는 2022년 6월 말 532명에서 올해 6월 말 777명으로 4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반기 급여총액은 257억원에서 443억원으로 72.4% 늘었다.
인력과 급여가 증가했지만 매출은 더 빠르게 성장했다. 기말 직원 수로 단순 계산한 직원 1인당 상반기 매출은 약 4억2500만원에서 5억5300만원으로 30.2% 증가했다. 매출 대비 급여총액 비중도 11.4%에서 10.3%로 낮아졌다.
본사 전체로 보면 인력 증가에 비해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생산성 개선이 멀티 프로덕션 자체의 제작 효율성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직원 1인당 매출에는 기존 아티스트의 흥행 성과와 음반·공연·라이선싱 등 다양한 사업의 매출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급여총액 역시 제작센터 운영비와는 다르다. 본사 직원 수와 급여에는 제작조직 외 인력이 포함되고, 외부 프로듀서와 콘텐츠 제작업체 등에 지급하는 비용은 별도로 발생한다. 핵심은 매출을 얼마나 늘렸느냐를 넘어 같은 비용과 인력으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익을 창출했느냐다. 그러나 공개된 재무정보만으로는 제작센터별 투입 비용과 성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멀티 크리에이티브'로 고도화…제작 효율성 시험대
SM은 올해 멀티 프로덕션을 '멀티 크리에이티브' 체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존 제작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뮤직비디오·비주얼·A&R 전문조직과 외부 크리에이터를 프로젝트별로 배치해 제작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기존 멀티 프로덕션이 아티스트별 제작 권한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멀티 크리에이티브는 전문 인력과 외부 제작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해 제작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제작센터 확대에 이어 제작자원의 배분과 운영 방식까지 손보는 셈이다.
그러나 효율성 개선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지표는 여전히 부족하다. 제작센터별 인원과 운영비, 콘텐츠 제작기간, 발매 일정 준수율, 손익 등은 공개된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이후 추가 투입된 제작비나 신규 그룹의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 역시 구분되지 않는다. 회사 측도 구체적인 효율성 지표와 추가 개선 과제는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신규 IP를 빠르게 선보이는 것과 수익성 있는 IP를 육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데뷔 주기가 짧아지고 발매 횟수가 늘더라도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비용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초기 투자 부담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 음반·공연·MD 매출을 확대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제작체제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SM 3.0은 신규 IP 배출과 외형 성장에서 성과를 입증했다. 지난해 본사 영업이익률도 반등했다. 그러나 제작센터별 투입 비용과 성과가 공개되지 않는 한 실적 개선 가운데 멀티 프로덕션의 효율성 향상에 따른 몫이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멀티 크리에이티브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SM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IP를 만들어내는 능력뿐 아니라, 늘어난 제작 역량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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