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웹툰·웹소설부터 음악과 영상까지 아우르는 ‘엔터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몸집이 커진 만큼 내실도 다졌는지는 의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뒷걸음질했고, M&A 과정에서 쌓인 영업권의 90% 이상이 손상 처리되면서 과거 투자 성과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1조원 안팎의 차입금 부담에 기업공개(IPO) 지연으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딜사이트는 카카오엔터의 사업·실적 구조와 M&A 성과, 자금조달 및 특수관계자 거래,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구축한 '콘텐츠 제국'의 내실이 시험대에 올랐다. 웹툰·웹소설부터 K팝과 배우 매니지먼트, 영상제작까지 38개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6%에 그쳤다. 매출과 영업이익마저 동반 감소하면서 거대한 사업망이 실제 수익성과 시너지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안테나·BH엔터테인먼트·숲엔터테인먼트 등을 산하에 두고 SM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콘텐츠 기업에도 지분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콘텐츠 제작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플랫폼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지만 일부 자회사는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외형 확대에 집중했던 성장 전략의 성과를 따져볼 시점이라는 평가다.
◆웹툰서 K팝·영상까지…38개 종속기업으로 구축한 콘텐츠 제국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말 기준 연결 대상 종속기업은 38개다. 최대주주는 지분 66.03%를 보유한 카카오다.
카카오엔터의 전신은 2010년 설립된 포도트리다. 2013년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한 뒤 웹툰·웹소설 사업을 확대했고, 2021년 카카오M과 멜론컴퍼니를 잇달아 흡수합병하면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변모했다. 스토리 플랫폼에서 출발해 음악 제작·유통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영상 콘텐츠 제작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현재 사업은 뮤직·스토리·미디어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연결 매출 1조7384억원 가운데 뮤직이 8884억원으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스토리는 4402억원(25.3%), 미디어는 4098억원(23.6%)으로 집계됐다.
각 사업부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뮤직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음원·음반 제작 및 유통, 멜론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아우른다. 음원 유통과 스트리밍 사업은 권리자에 대한 수익 배분과 저작권료 정산이 수반되는 구조다. 스토리는 웹툰·웹소설 IP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디어는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뮤직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매출 규모가 곧 이익 기여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음악 유통과 스트리밍은 권리자 정산 비용이 발생하고, 아티스트 육성과 콘텐츠 제작에는 선행 투자와 제작·마케팅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산하 계열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지분 66.2%)는 아이브·몬스타엑스 등이 소속된 K팝 기획사로 지난해 매출 2253억원을 기록했다. 유재석이 소속된 안테나(57.9%)와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52.5%)도 계열사다.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에서는 이병헌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와 공유 소속사 숲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 숲)를 비롯해 제이와이드컴퍼니·어썸이엔티·VAST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영상 분야에는 바람픽쳐스·글앤그림미디어·영화사월광·사나이픽처스·돌고래유괴단 등이, 스토리 분야에는 다온크리에이티브·삼양씨앤씨·케이더블유북스 등이 포진해 있다.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엔터테인먼트도 지분 99.9%를 보유한 사실상 완전자회사다.
이 같은 사업망의 핵심은 하나의 IP를 여러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있다. 웹툰·웹소설 원작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고, 계열 제작사와 배우 매니지먼트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원천 IP 확보부터 제작까지 사업 단계별로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수직계열화의 강점이다.
실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원작으로 카카오엔터와 자회사인 영화사월광, 바람픽쳐스가 공동 제작하고 소속 배우들도 참여한 사례다. 카카오엔터가 구축한 스토리·미디어 사업망이 하나의 작품을 중심으로 연결된 것이다.
◆SM까지 뻗은 콘텐츠 지분망…수익성은 뒷걸음질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혔다. 대표적인 곳이 SM엔터테인먼트다. 2023년 모회사 카카오와 함께 SM 인수에 나섰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지분 19.89%를 보유하고 있다.
SM은 카카오엔터의 연결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이다. 카카오 역시 SM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지배력을 확보한 구조다. 이에 따라 SM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카카오엔터의 연결 실적에 직접 합산되지 않고, 지분율에 따른 투자 성과가 지분법손익 등으로 반영된다.
웹툰·출판 분야에서도 지분망을 확보했다. 일본 웹툰 플랫폼 운영사 카카오픽코마(18.3%)와 디앤씨미디어(22.9%), 대원씨아이·학산문화사(각 19.8%)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 지배하는 제작·매니지먼트 자회사에 더해 주요 콘텐츠 기업과도 지분관계를 형성하면서 원천 IP 확보부터 제작·유통까지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그러나 콘텐츠 사업망이 넓어진 만큼 실적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7384억원으로 전년 1조8128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2023년 1조8735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영업이익도 806억원에서 620억원으로 23.1%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4.4%에서 3.6%로 하락했다.
사업부문별로도 성장세가 엇갈렸다. 지난해 뮤직과 스토리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1.3%, 11.5% 감소한 반면 미디어는 30.3%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76% 이상을 차지하는 뮤직·스토리 부문의 부진이 미디어 성장 효과를 상쇄한 셈이다. 콘텐츠 수직계열화의 기반을 갖췄지만 주력 사업의 외형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계열사별 실적 격차도 뚜렷하다. 스타쉽은 지난해 12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안테나는 25억원, 북미 사업 거점인 타파스는 14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안테나와 타파스의 자본총계는 각각 마이너스 13억원, 마이너스 44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누적 손실 등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는 의미다. 영상제작사 글라인 역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이처럼 수익을 내는 계열사와 적자·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가 공존하면서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수익성 격차도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엔터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쓰리와이코프레이션·넥스트레벨스튜디오 등을 매각한 반면, 473억원을 들여 스타쉽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58.2%에서 66.2%로 높였다.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수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서 사업별 수익성을 따지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엔터 측은 각 계열사의 독립적인 창작 역량과 본사의 사업 인프라를 결합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음악 레이블과 콘텐츠 제작사, 배우 매니지먼트 등 각 분야의 자회사들이 IP 기획과 제작에 집중하고, 본사는 국내외 사업 네트워크와 콘텐츠 기획·개발 역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뮤직·스토리·미디어 사업을 중심으로 IP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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