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국내 장비·소재업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장비 발주가 증가하고, 일부 업체에서는 내년 공급 물량까지 앞당겨 발주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첨단 패키징과 공정 효율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의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는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이 참가해 기술 경쟁력과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보다 반도체 설비투자 관련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반도체 웨이퍼 테스터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량을 늘리면서 장비 발주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내년에 들어갈 물량까지 미리 주문하고, 장비를 최대한 빨리 납품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에 클린룸 설비를 공급하는 신성이엔지도 수주 확대를 체감하고 있다.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는 "올해 상반기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소재와 패키징 업체들까지 증설에 나서면서 관련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최근 수년간 투자가 제한적이었던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다시 증설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협력업체 전반으로 설비투자가 확산하면서 관련 인프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성이엔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클린룸 구축 기간 단축과 에너지 절감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의 규모가 커지고 첨단 공정이 확대되면서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시설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공정 장비 주변의 파티클과 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클린룸의 온·습도 제어와 오염 관리에 특화된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클린룸 내부 습도를 조절하면서 소비전력을 줄이는 '수가습시스템'을 비롯해 정밀 공정에 필요한 저습도 환경을 구현하는 제습 설비 'EDM', 별도 설치 공간 없이 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ICF', 외부 공기를 정화해 공급하는 'OAC' 등이다.
한미반도체는 이번 전시에서 AI 시스템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장비를 선보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를 비롯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등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2.5차원(2.5D) 패키징용 장비를 소개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TC본더 사업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시장도 중요한 사업 영역"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장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설비 투자 확대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시장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호황이 향후 발생할 장비 수요를 앞당겨 반영한 만큼 지금과 같은 발주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산을 위해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나중에 발생할 장비 수요를 앞당겨 가져오는 측면도 있다"며 "반도체 시장은 수요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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