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의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경쟁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이 수조원을 투입해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설비를 활용해 IT OLED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한된 투자 여력 속에서 핵심 고객사인 애플의 물량 확보와 초기 수율에 따른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 IT OLED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IT OLED 시장 확대에 대응하면서도 8.6세대 신규 생산라인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쟁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8.6세대 IT OLED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입해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BOE 역시 중국 쓰촨성 청두에 630억위안(약 12조6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양사는 태블릿과 노트북 등 중대형 IT 제품의 OLED 채택 확대에 대비해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8.6세대 OLED는 기존 6세대보다 큰 유리 원장을 사용해 IT용 패널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일한 크기의 패널을 생산할 때 한 장의 원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제품 수가 늘어나 수율이 안정화되면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다만 생산라인 구축에 수조원이 필요하고 초기 공정 안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충분한 고객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비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러한 위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한된 투자 여력에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3년간 ▲2조850억원 ▲2조5102억원 ▲560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끝에 지난해 5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4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본업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효율화와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며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수년간 누적된 손실과 기존 차입 부담을 고려하면 신규 생산라인에 수조원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의 거래조건도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BOE 등 복수 업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만큼 공급사 간 경쟁을 활용해 가격과 생산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해 애플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초기 수율과 공급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과거 애플이 LG디스플레이의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목표 수율을 산정해 공급계약에 반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목표 수율을 웃돌면 LG디스플레이가 이익을 얻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관계자는 “과거 LG디스플레이의 구미 6공장과 파주 공장 애플 생산라인은 겉에 건물만 LG디스플레이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LG디스플레이가 생산 데이터 90을 확보한다면 애플은 100을 가져갈 정도로 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이를 토대로 예상 수율을 계산해 기준을 정했고 실제 수율이 이를 웃돌면 LG디스플레이가 이익을 얻지만 밑돌면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로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신규 생산라인 구축 대신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플립(FLiPP)’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FLiPP은 기존 OLED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미세금속마스크(FMM) 없이 RGB 발광층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신규 공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설비의 생산 효율을 높여 IT OLED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선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는 투자 이후 생산라인을 안정화하고 고객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장치산업”이라며 “LG디스플레이도 투자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한두 번 쓸 수 있는 카드를 열심히 고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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