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CD와 결별을 추진해 온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시장에서는 쉽게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지만 차량용 LCD 수요가 여전해 공급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 부담이라도 덜기 위해 추진했던 중국 난징법인 사업 매각마저 무산되면서 자금 확보와 생산체계 효율화 계획에 동시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3일 중국 난징법인의 차량용 LCD 모듈 사업 양도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중국 탑런토탈솔루션 난징법인(Top Run Total Solution Nanjing)에 1041억원을 받고 해당 사업을 넘길 예정이었지만 거래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매각 결정을 철회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9일 탑런토탈솔루션과 사업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양도 예정일은 7월30일이었으나 양측은 협의를 거쳐 이를 9월30일로 두 달 연장했다. 이후에도 계약 주요 조건의 세부사항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거래가 무산됐다.
이번 매각은 차량용 LCD 사업에서 철수하기보다 생산방식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공시에서 자체 생산 중인 차량용 LCD 모듈 사업을 양도한 뒤 외주화해 전사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생산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외부 업체에 제조를 맡기면서 기존 고객사에 대한 LCD 공급은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었다.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고 생산방식만 바꾸려 한 데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특성이 작용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사업을 정리하는 등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왔지만 차량용 시장에서는 LCD 수요가 여전히 상당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가격과 사양에 따라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어 OLED로의 전환이 일시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OLED는 화질과 디자인 자유도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차량을 중심으로 채택이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차량에서는 LCD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고급 차량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OLED 적용이 확대되더라도 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 수량에서는 LCD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제품은 아직 LCD 시장이 크다”며 “OLED 시장이 더 커진다면 LG디스플레이도 차량용 LCD에서 물러날 순 있겠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계약 해지로 LG디스플레이가 기대했던 매각대금 확보와 생산체계 효율화가 모두 무산됐다는 점이다. 당초 거래가 성사됐다면 수백억원의 양도대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량용 LCD 모듈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매각이 철회되면서 해당 거래를 통한 자금 유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 생산자산도 그대로 남게 됐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LCD 생산자산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난징법인의 모듈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동안에는 관련 설비와 인력 등 생산체계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당초 계획했던 외주화에 따른 운영 효율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매각 철회 이후 구체적인 후속 운영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탑런토탈솔루션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양사는 사업 조건과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협의를 이어왔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번 계약 해지는 상호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별도의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LG디스플레이와의 기존 협력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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