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사업의 확장 공식을 다시 짜고 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사들였던 스토리 플랫폼은 정리하고 음악 사업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와 지식재산권(IP) 육성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지를 중심으로 스토리 플랫폼을 통합한다. 해외 플랫폼 확보에 힘을 쏟던 시기를 지나 사업 기반을 압축하고 핵심 IP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자원을 모으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최근 워너뮤직그룹 산하 아틀란틱 뮤직 그룹(AMG)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초기부터 공동 설계하고 음악 제작부터 유통·마케팅·프로모션까지 협력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의 K팝 IP 기획·제작 및 매니지먼트 역량에 AMG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아티스트 육성 경험을 결합하는 구조다. 송캠프와 피처링 등 음악 제작은 물론 현지 방송 출연과 디지털 마케팅, 팬덤 소통까지 협력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음악 사업에서 글로벌 파트너와 성장 기반을 넓히는 동안 스토리 사업에서는 직접 확보했던 북미 플랫폼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2021년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를 확정했다. 당시 두 회사의 가치는 각각 약 6000억원과 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후 우시아월드까지 인수하며 영어권 콘텐츠 플랫폼을 직접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북미 사업은 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말 래디쉬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타파스도 지난 1일 이용자 대상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타파스는 유료 재화인 ‘잉크’의 신규 구매를 중단했으며 내년 3월31일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할 예정이다. 우시아월드도 창업자에게 재매각하면서 북미 플랫폼 직접 운영 전략을 사실상 정리하는 흐름이다.
관련 지원 조직도 재편 대상에 올랐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타파스와 래디쉬 등의 영어권 콘텐츠 번역·현지화를 담당해온 자회사 키위바인의 사업을 종료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플랫폼 축소가 이를 뒷받침하던 조직의 정리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스토리 사업 역시 자원을 모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연내 카카오웹툰을 카카오페이지로 통합해 ‘원 플랫폼’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약 1만6000개의 오리지널 스토리 IP와 이용자 데이터, 작가·파트너 네트워크, 기획·제작 및 운영 역량을 카카오페이지에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의 구독 패턴과 콘텐츠 소비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웹소설의 웹툰화와 드라마·영화·공연·게임 등으로의 IP 확장 역량도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여러 플랫폼을 각각 운영하는 데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핵심 플랫폼의 경쟁력과 IP 공급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재편을 글로벌 사업의 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스토리 플랫폼 통합을 발표하면서 카카오픽코마의 글로벌 플랫폼 역량과 자사의 스토리 IP 파이프라인을 결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의 범위를 줄이면서도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를 통한 해외 확장은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최근 경영진이 제시한 성장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고정희 공동대표는 파트너십에 기반한 IP의 글로벌 성장 지원,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팬 경험 연결,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확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장윤중 공동대표도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 밀켄 인스티튜트 아시아 서밋’에서 IP와 플랫폼 기술의 결합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IP와 기술을 결합해 전 세계 팬들의 경험을 하나로 잇고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편의 관건은 플랫폼 정리로 줄인 부담을 IP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국내 플랫폼 통합이 콘텐츠 경쟁력과 이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음악그룹과의 협력이 아티스트의 해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플랫폼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던 카카오엔터가 이제는 보유 IP와 파트너십의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플랫폼 통합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변화의 일환”이라며 “사업 전반의 체질 강화를 통해 글로벌 성장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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