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에 다시 힘을 싣는다. 주요 자회사 관리와 투자 기능을 카카오X로 넘기고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광고·커머스에 자본과 역량을 집중한다.
카카오톡에서 창출한 현금을 AI에 재투자하고 AI로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활동 범위를 넓혀 광고·커머스 성장을 가속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자회사 관리에 분산됐던 자원을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번 분할은 AI를 앞세워 플랫폼의 성장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인적분할 이후 신설법인 카카오AI에 카카오톡과 AI, 광고·커머스 사업을 배치한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 지분과 관리·투자 기능은 존속법인 카카오X로 넘긴다. 카카오AI는 약 2조3000억원의 현금을 갖고 출범하며 이후 카카오톡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도 본업과 AI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카카오 본체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광고·커머스 등 핵심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다수 자회사의 지원과 구조개편을 담당해왔다. 분할 이후에는 자회사 관리 기능을 걷어내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성장에 자본과 의사결정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로 바뀐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기업설명회에서 “자회사 관리라는 비중 있는 역할을 분리하면서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 구조가 갖춰졌다”며 “AI를 중심으로 기존 광고와 커머스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데 모든 자원을 배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AI 전략의 출발점은 카카오톡이다. 5000만 이용자 접점에 AI를 결합해 광고·커머스 등 기존 수익원의 확장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AI를 별도의 신사업으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 안에서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활동 범위를 넓혀 플랫폼 사업의 성장을 가속하는 구조다.
이를 구현하는 중심축이 카카오의 AI 서비스 ‘카나나’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자의 관계와 대화에서 쌓인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고 검색·추천에서 예약·구매·결제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구현한다.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AI 광고와 에이전틱 커머스, 구독 등 새로운 수익모델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플랫폼 사업은 이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카카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고 톡비즈 매출도 12% 늘었다. 카카오AI의 과제는 여기에 AI를 더해 성장 폭을 한 단계 키우는 것이다. 정 대표 내정자는 AI 이용자의 카카오톡 체류시간이 비이용자보다 5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체류시간과 이용자 활동을 광고 효율화와 개인화 추천, 구매·결제로 전환할 수 있다면 AI는 카카오톡의 기존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카카오AI는 이를 토대로 2030년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이상과 전체 매출 6조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AI 매출은 2028년 전체 매출의 두 자릿수 비중으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1조원을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이 같은 성장 구상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느냐다. 자회사 지원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카카오AI의 성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핵심 수익원인 광고·커머스에 AI를 결합해 이전보다 높은 성장률을 만들어내야 분할을 통한 자원 집중도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AI의 주력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는 낮은 내수 성장률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높게 형성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아닌 AI의 서비스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만큼 분할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AI 수익화가 실현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상승의 관건은 이용자 활동성이 광고단가와 커머스 전환율, 페이 거래액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라며 “AI가 단순 트래픽 증가에 그치면 비용 부담으로 남지만 카카오톡 내 거래 완결성이 높아지면 플랫폼 이익률을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 밸류에이션 재평가에는 AI·커머스 수익화의 실증 데이터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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