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이 회장에게 매각한 데 이어 2조6000억원 상당의 주식도 추가 증여하기로 하면서다. 올해 초 삼성물산 지분 전량 증여 이후 삼성전자에서도 홍 명예관장의 지분 정리가 이어지면서 이 회장 개인 중심의 지배구조 체제가 점차 공고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 보통주 1115만8000주를 증여하기로 했다. 규모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 약 2조6000억원 수준이며 내달 12일 실제 이전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2일 홍 명예관장으로부터 766만7100주를 총 1조9207억원에 장외 매수했다.
증여까지 완료되면 이 회장은 약 4조50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1882만5100주)을 새롭게 보유하게 된다. 이 회장의 지분율 역시 기존 1.47%에서 1.75%로 0.28%포인트 높아진다.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1.10%에서 0.82%로 낮아진다.
이번 증여로 홍 명예관장이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았던 삼성전자 상속 지분은 사실상 모두 정리된다. 홍 명예관장은 2021년 삼성전자 주식 8309만1066주를 상속받아 개인 최대주주가 됐었다.
홍 명예관장은 이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 일부를 외부에 단계적으로 매각했다. 2022년 3월 1994만1860주를 시작으로 2024년 1월 1932만4106주, 2025년 11월 1000만주, 올해 4월 1500만주를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총매각 물량은 6426만5966주로 여기에 이달 장외매각과 증여 예정주를 더하면 전체 물량은 8309만1066주로 상속 물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증여 이후 보유량 역시 상속 이전과 같은 5415만3600주가 된다.
홍 명예관장은 앞서 1월에도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를 이 회장에게 전량 증여했다. 이 역시 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주식 전량과 동일한 규모다. 삼성물산 지분의 경우 지분가치가 약 4000억원 수준인 만큼 전체 증여에도 부담이 적었다.
반면 이번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지분 가치가 10배 이상인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양측의 자금 상황 및 부담을 고려해 매매와 증여를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분을 모두 매매하면 이 회장의 현금 확보 부담이 과도해지는 문제가 생기고, 모두 증여로 돌리면 경우엔 홍 명예관장의 현금 확보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12일 매매 거래로 홍 명예관장은 약 1조9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 회장도 증여를 통해 당장의 현금 유동성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이번 증여에 따른 예상 증여세는 약 1조5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증여세는 연부연납을 활용해 납부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총 8500억원의 신규 차입을 일으켰는데, 시장에서는 홍 명예관장 지분 매입 대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삼성물산 지분 증여로 현재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이 함께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SDS 지분도 함께 들고 있지만 홍 명예관장의 보유량이 3233주(약 0.004%)에 불과해 영향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향후 관심은 남은 홍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추가 이전 여부다. 이 회장 중심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당 지분 역시 이번처럼 매각 및 증여를 거쳐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에게 배분될 가능성도 당장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부진 사장은 0.63%, 이서현 사장은 0.69%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 중으로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상속세 부담도 벗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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