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KB국민카드의 태국 핵심 수익원인 KB제이캐피탈(KBJ)을 둘러싸고 현지 합작 파트너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합작 파트너인 제이마트가 KBJ를 기업공개(IPO) 추진 대상으로 내세우며 상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배주주인 국민카드는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카드는 배당 확대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제이마트가 공개적으로 제시한 상장 구상을 접을지는 미지수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제이마트는 국민카드에 KBJ의 기업공개(IPO)를 꾸준히 요청해왔다. 투자기업의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자금조달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국민카드는 KBJ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상장을 추진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마트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승인한 ‘2026~2028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JUMP+)’에 KBJ를 상장 추진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어 4월 주주총회에서도 KBJ의 태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8월 17일 공개한 2분기 투자자 설명자료에도 ‘신규 IPO 계획’에 KBJ를 재차 올렸다.
제이마트의 목표는 KBJ를 포함한 투자기업 4곳을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2곳씩 상장시키는 것이다. 회사별 준비 상황과 자금 수요를 고려해 적합한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KBJ의 구체적인 상장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주주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장 추진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히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KBJ의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 국민카드의 동의가 사실상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KBJ 지분은 국민카드가 77.4%, 제이마트가 20.79%, 제이마트 계열사 JMT네트워크서비스가 1.8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제이마트의 투자·그룹 재무 담당 부대표들이 KBJ 이사를 겸하고 있지만, 전체 지분의 4분의 3 이상을 보유한 국민카드가 경영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민카드는 앞서 2023년 KBJ 유상증자에 13억바트를 투입해 지분율을 50.99%에서 77.4%로 높였다. 현지 사업에 자본을 추가 투입하면서 경영 주도권도 강화했다. 이후 KBJ가 국민카드의 주요 해외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장을 통한 외부 자본 유치의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와 제이마트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제이마트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 보유 지분의 시장가치를 확인하고 향후 투자금 회수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국민카드는 상장 없이도 KBJ의 이익을 배당으로 회수할 수 있는 데다, 신규 주식 발행을 수반하는 IPO가 이뤄질 경우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태국법인 주주사의 상장 요청이 있었으나, 당사는 현재 상장 계획이 없음을 전달했다”며 “추후 주주사와 관련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상장 대신 배당 확대를 통해 제이마트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현지 파트너의 투자 수익을 높여 상장 요구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배당 확대를 뒷받침할 실적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KBJ는 개인대출과 할부금융 등을 취급하는 태국 소비자금융사로, 국민카드의 주요 해외 수익원이다. 국민카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BJ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34억7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0억400만원보다 56.4% 늘었다. 국민카드의 태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 해외 종속기업 3곳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현지 이익은 이미 주주 배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KBJ로부터 86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를 지분율에 따라 환산하면 KBJ의 전체 배당 규모는 약 111억9000만원, 제이마트와 JMT네트워크서비스의 합산 배당액은 약 25억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배당이 확대되면 국민카드와 제이마트 측 모두 보유 지분에 따른 현금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국민카드로서는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이나 경영권 변화를 감수하지 않고도 현지 파트너에게 투자 성과를 돌려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KBJ의 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는 제이마트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상 카드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배당 확대가 제이마트의 상장 요구를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다. 배당은 당장의 현금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평가와 보유 지분의 유동성 확보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 제이마트가 KBJ를 중장기 IPO 계획에 포함하고 이를 여러 차례 공개했다는 점에서도 양사의 입장 차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이마트가 주주와 투자자에게 상장 구상을 여러 차례 공표한 만큼 쉽게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배당 확대만으로 제이마트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양사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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