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이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자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미 전력망 수요 폭증으로 고속 성장하며 그룹 주요 계열사로 자리 잡았으나 HD현대중공업, HD건설기계 등 전통 계열사의 위상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단행한 HD현대 사장단 인사는 그룹 핵심인 HD현대중공업의 잔치였다. 우선 이상균 부회장이 조선사업 총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또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인 조민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안전총괄 대표로 내정됐다. 또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한주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박찬혁 부사장에서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실적 측면에서 승승장구해온 HD현대일렉트릭은 사장단 인사에서 배제되며 대비를 나타냈다. 1966년생의 이창호 배전사업본부장(부사장)은 사장 승진 후보로 분류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본부장은 2021년 11월 영업부문장 전무로 승진했고 2024년 11월 배전사업본부장 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조민수 사장, 한주석 사장과 동갑내기였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김영기 대표이사 사장과 이 본부장이 유임되는 등 사장단 인사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인사는 그룹 내 사업별 위상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호황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고 선박용 엔진 사업은 AI 데이터센터용 발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설기계 부문은 글로벌 생산·품질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맞물리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돼고 있어서다. 전력망 투자 확대가 구조적인 성장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고품질 전력 공급이 필요한 수요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회로를 보호하는 배전기기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외 전력 인프라 투자 무게중심은 발전설비와 초고압 변압기, 초고압 차단기 등 상위 계통 중심의 전력기기에서 배전기기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사업 성과도 뒷받침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1418억원, 영업이익 28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 37%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했다. 6월 말 수주잔고는 84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30% 늘었다. 수주 확대 속에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에서 사장 승진자가 없었던 것은 성장성과 별개로 아직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 등 주요 기업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이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조선, 건설부문 계열사보다 큰 편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0조원을 상회하며 HD건설기계는 8조원을 웃돈다. HD현대일렉트릭은 4조원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HD현대일렉트릭은 호실적과 높은 성장성에도 사장급 임원을 2명 두기에는 HD현대중공업 등과 비교하면 아직 규모면에서 크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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