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전쟁과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러시아·중동 지역에 인력을 재파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주요 산업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지만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근무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계약 이행에 따른 사업상 부담과 별개로 파견 인력의 안전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A사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니즈네캄스크에서 플랜트 설계·감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A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수주한 사업으로, 전쟁 이후에도 현지 인력을 철수시키지 않고 업무를 이어 왔다. 이어 A사는 이달 말 20명 안팎의 본사 인력을 복귀 파견할 계획이다.
니즈네캄스크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산업도시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1300km가량 떨어져 있지만 드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8월 니즈네캄스크 일대가 드론 공격을 받아 13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다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드론 공격으로 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A사는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숙소를 외곽 도시로 이전하고 방공지역 내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피격 시설과 실제 근무 장소가 직접 인접한 것은 아니며 기존에도 자체 안전관리 절차를 운영해 왔다는 입장이다. 최근 드론 공격을 계기로 안전 점검과 복지 지원도 강화했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안전 이슈를 고려해 위험이 적은 외곽 도시로 숙소를 배치하고 방공지역 내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심리상담을 포함한 복지 서비스 상향 적용 등 회사 차원의 안전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으로의 국내 건설사들의 인력 재파견도 이뤄지고 있다. B 건설사는 연초 안전 문제로 국내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불러들였던 인력을 재파견했다. C 건설사 역시 UAE를 비롯한 중동 플랜트 현장에 인력을 복귀시켰다.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장 운영과 파견 인력의 안전 확보를 병행 중이란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미·이란 전쟁발 확전 리스크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선 일시적으로 귀국 조치가 있었으나 이미 수개월 전 재파견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건설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현지에서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 인력 철수가 쉽지 않다. 사업을 중단할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과 계약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쟁 이전 체결한 계약은 발주처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전쟁 이전에 수주한 용역으로 이미 계약이 체결돼 있어 쉽게 타절할 수 없다"며 "대러시아 제재 관련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파견 인력의 안전문제는 국내 본사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국내법인 소속 근로자가 해외에서 근무하더라도 해당 사업장을 국내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드론 공격에 따른 인명피해가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되는지는 개별 사고의 경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현지 위험이 커진 만큼 파견 인력의 안전관리 체계도 주요 점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드론 공격은 발생 시점과 대상을 예측하기 어려워 숙소 이전이나 근무지 조정만으로 위험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현장 이동과 근무 과정에서 적용할 경보·대피 절차, 비상철수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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