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매각 가격이 낮아지면서 김창수 F&F그룹 회장의 협상 여지가 넓어지고 있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의 자금 조달 실패로 몸값이 떨어진 데 이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화 환산 인수 부담도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F&F가 상대적으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PE는 지난 7월 엔트라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센트로이드PE는 앞서 우협대상자로 올드톰캐피탈을 선정했으나 올드톰 측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차순위 후보자인 엔트라다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한 차례 결렬되면서 테일러메이드 매각가는 31억달러에서 약 25억달러까지 내려갔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원화 기준 매각가는 더 크게 하락했다. 올드톰이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작년 12월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수준으로 당시 올드톰이 제시한 인수가 31억달러는 원화 기준 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매각가는 달러 기준으로도 25억달러로 약 6억달러(19%)가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까지 내려가면서 원화 기준 부담은 더 낮아졌다. 지난 7월에는 달러 기준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환율이 1450원 수준이어서 25억달러의 원화 환산 금액이 3조6250억원에 달했지만 9월에는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원화 기준 몸값도 낮아졌다. 환율을 1300원으로 가정하면 25억달러는 3조2500억원 남짓이다.
우선매수권이 있는 F&F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유리하다. 외부 원매자의 최종 거래 조건이 확정되고 계약상 통지가 이뤄지면 같은 조건으로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유진투자증권이 테일러메이드 매각가를 4조2000억원으로 가정해 제시한 배분 구조를 활용하면 최종 매각금액이 3조원으로 결정되면 F&F의 추가 인수자금은 약 1조9100억원으로 추산된다.
먼저 거래금액 3조원에서 선순위 인수금융 1조원을 상환하고 전체 중순위 메자닌 원금 4633억원과 후순위 투자원금 6059억원을 반환하면 초과수익은 9308억원이다. 여기에 F&F의 후순위 펀드 지분율 57.82%를 적용한 몫은 약 5382억원이다.
F&F의 공시상 투자원금 5537억원까지 더하면 정산액은 약 1조919억원으로 계산된다. F&F가 이 정산액 전액을 인수대금에 재투입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3조원에서 이를 뺀 약 1조9081억원만 추가로 마련하면 된다.
이는 튼튼한 재무체력을 갖추고 있는 F&F가 인수금융을 일으키면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다. 올해 6월 말 기준 F&F의 자본총계는 2조580억원, 부채총계는 548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7%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차입금은 318억원에 불과하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707억원에 달한다.
F&F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2400억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572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차입 부담이 작고 영업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추가 자금 조달에 유리한 기반이다.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김 회장이 추진해온 브랜드 소유권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F&F는 지난 8월 미국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패션 관련 글로벌 상표권과 지식재산권(IP)을 약 1132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의류·신발·가방 등 관련 상표권과 함께 도메인, 소셜미디어 계정, 마케팅 저작물 등도 확보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사용하던 주력 브랜드의 권리를 직접 소유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이는 브랜드 사용권을 확보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스토홀딩스 역시 휠라와 미국 골프 자회사 아쿠쉬네트 산하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등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F&F가 테일러메이드까지 품는다면 디스커버리의 글로벌 상표권 확보에 이어 세계적인 골프용품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된다. 김 회장에게 이번 거래가 투자금 회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F&F 관계자는 “거래 진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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