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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이후 여성해방 컬리…DSC와 DS가 먼저 알아봤다
박성준 기자
2026-10-14 07:00:00
② 현명한 직장 여성의 장보기 불편함 해결해준 솔루션에서…남성도 장보기 주체로 만드는 혁명을 감당
이 기사는 2026-10-13 13:58:47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살지만, 욕망은 항상 과거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영역을 넘보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동네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낯선 여행지에서 머물 곳을 찾으며, 조금 더 편리한 일상을 꿈꾼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의외로 오래된 것들에 머문다.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이고,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기업들은 이 바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 당근은 이웃을 다시 연결했고, 쿠팡은 기다림의 시간을 줄였으며, 야놀자는 여행과 숙박의 문턱을 낮췄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먼저 자본을 건넨 벤처캐피탈(VC)이 있다. '라이프체인저(Life Changer)'를 통해 삶을 바꾼 기업들과 미래에 투자한 자본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혁신의 출발점부터 성장의 명암,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의 조건을 짚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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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벤처자본의 투자를 발판으로 장보기의 일상을 바꾼 컬리. (그래픽=챗GPT)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여성들의 가사해방 역사에서 세탁기와 냉장고가 집 안 여성의 노동 수행 효율을 높였다면 한국에서 마켓컬리는 노동 자체를 가정 밖의 유통 시스템으로 이전한 진일보다.


컬리의 초기 투자자들이 발견한 사업 기회는 직장 여성의 장보기 불편이었다. 물론 마켓컬리 이전에도 쿠팡이 그를 대신했지만 후자가 기저귀나 물티슈 등 생필 공산품 위주였다면, 전자는 안살림을 꼼꼼히 하면서도 가족을 위하는 아내의 마음으로 고른 식재료 머천다이징에서 출발했다는 차별점이 있다.


컬리는 신선식품을 사기 위해 시간을 내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었다. 저녁에 주문한 식재료를 다음 날 아침 받는 새벽배송이 일상에 자리 잡기 전, 벤처캐피탈(VC)은 이 문제를 풀어낼 현명한 아내이자 도전적인 컨설턴트 출신 창업자의 역량을 높이샀다.


초기 자금은 DSC인베스트먼트와 DS자산운용이 댔다.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세마트랜스링크 등이 후속 투자에 참여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샀다. 이 가운데 트랜스링크는 직접 투자에 더해 해외 투자자를 연결하고 투자계약 구조를 정비하며 컬리의 성장 기반을 뒷받침했다. 컬리의 투자 이력은 생활 속 불편에서 출발한 사업이 벤처자본을 통해 규모를 키운 과정이다.


컬리에 처음 자금을 공급한 DSC와 DS는 2015년 초 총 50억원을 투자했다. 컬리가 같은 해 5월 마켓컬리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이다. 새벽배송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리 잡을지 불확실한 시기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컬리 초기 투자의 배경으로 “새로운 유통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인사이트와 “경영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동기로 설명했다. “이미 검증된 매출보다 소비 방식의 변화와 이를 구현할 창업팀의 역량”을 먼저 알아본 것이다.


기존 시스템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벤처투자의 역할이다. 윤건수 대표는 “컬리 투자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장보기의 불편을 새로운 사업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컬리와 인연을 맺은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창업자의 문제 해결 능력”에 주목했다. 박 대표는 “컬리 김슬아 대표의 문제의식과 해결방안, 학습능력”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선식품 장을 보기 어렵고 좋은 품질의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힘들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새벽배송은 그 문제를 푸는 수단이었다. 박희덕 대표는 김슬아 대표가 배송 경로를 직접 설계하고 소비자 불만을 분석해 운영 절차에 반영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생활의 불편을 발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배송 서비스로 구현하고 개선해나가는 학습능력이 투자 판단의 근거였다.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랐다. 박 대표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함께 이익을 얻도록 설계한 구조를 근거로 컬리를 단순한 온라인 유통업체보다 플랫폼 사업자로 평가했다. 소비자는 품질 좋은 식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공급자는 고객을 만날 판매 경로를 확보하는 구조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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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주요 VC투자 투자 유치 이력(그래픽=챗GPT)

컬리의 성장에는 이러한 판단을 후속 투자로 이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신선식품 배송은 상품 보관시설과 냉동 설비, 배송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객 주문이 늘기 전에 사업 기반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초기 투자만으로 확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웠다.


2016년 12월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DS자산운용, 트랜스링크 등이 참여한 17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가 이뤄졌다. 이후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와 힐하우스캐피탈, DST글로벌 등 해외 투자자가 합류하며 투자자 저변이 넓어졌다. 트랜스링크는 이 과정에서 후속 자금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박희덕 대표는 해외 투자자를 만날 때 컬리 소개를 직접 주선했다.


벤처자본이 뒷받침한 서비스는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저녁에 주문하고 아침에 받는 방식은 마트까지 이동하고 식재료를 들고 돌아오는 시간과 수고를 줄였다. 흥미로운 것은 컬리가 더 이상 주부 중심의 프리미엄 식재료 쇼핑몰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 전체가 사용하는 장보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멤버십 고객은 약 140만명에 달하는데, 2021년까지 남성 비중은 26%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이 비율이 30%를 넘어서면서 컬리는 이제 여성을 장보기에서 해방시킨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남성을 장보기의 주체로 만드는 혁명을 감당하고 있다.


컬리의 실적은 최근 수년간 부침을 겪었지만 지난해부터는 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4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16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자배송과 외부 판매자를 위한 물류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기존 고객 기반과 물류망에서 추가 수익을 만드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가치는 투자시장이 활황이던 시기의 고점을 아직까지는 다소 밑돌고 있다. 컬리는 2021년 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를 유치하며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2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 1월 상장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올해 5월 네이버의 330억원 신주 투자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으로, 과거 4조원과 단순 비교하면 약 30% 낮다.


겸손한 자세로 네이버의 다운 라운드 투자를 받은 것은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해 쿠팡의 개인정보 단체유출 사태가 불거지고 이른바 ‘탈팡’ 러시가 이어지자 가장 큰 수혜를 컬리와 네이버 연합이 받았다. 반전도약의 계기를 삼은 컬리는 올해까지 실적을 높여 대규모 흑자원년을 삼고 내년 중에는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도약의 기원을 만들 계획이다.


컬리가 절치부심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회수 상황은 엇갈린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21년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LB인베스트먼트와 UTC인베스트먼트도 2024년 회수를 완료했다. 반면 높은 기업가치에 진입해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추가적인 실적 성장과 몸값 회복이 남은 과제다. 생활의 불편에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초기 투자와 기업의 고성장에 높은 가격을 지불한 후기 투자가 서로 다른 회수 여건을 마주하고 있다.

컬리에 처음 자금을 공급한 곳은 어디고, 어떤 이유로 투자한 거래?
DSC인베스트먼트와 DS자산운용이 2015년 초에 총 50억원을 투자했어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컬리 투자의 배경으로 “새로운 유통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인사이트와 “경영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동기로 설명했어요.
컬리의 고객층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주부 중심의 프리미엄 식재료 쇼핑몰에서 가족 전체가 사용하는 장보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2021년까지 남성 비중은 26%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있어요.
컬리의 최근 실적이나 기업가치는 어때?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4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1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요. 다만 기업가치는 2021년 말 약 4조원에서 올해 5월 약 2조8000억원으로 약 30% 낮아진 상태예요.
컬리의 향후 계획이나 투자자들의 회수 상황은 어떠해?
컬리는 올해까지 실적을 높여 대규모 흑자원년을 만들고, 내년 중에는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에요. 투자자 중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21년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LB인베스트먼트와 UTC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회수를 완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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