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책임론이 금융위원장에게 향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 의혹에 선을 그으면서도 상품 출시 이후 불거진 투자자 손실과 시장 혼란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국회에서는 출시 일정을 앞당긴 경위부터 투자자 보호와 시장감시 부실 의혹까지 추궁이 이어졌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와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을 거론하며 상품 도입이 금융당국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이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예전부터 해외에서는 되는데 국내는 왜 막고 있느냐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상품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금융위 소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위가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도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상품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경위를 문제 삼았다. 송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금융위 안건에는 하반기 상품 출시가 예상됐지만, 3월 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 출시로 일정이 변경됐다.
송 의원은 일정 변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하면서 "청와대 지시 없이 금융위가 결정한 사안이라면 정책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지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금융위가 1월 30일부터 3월 11일까지 40일간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관계부처에서 특별한 이견이 제기되지 않아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4월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했다. 금융위는 해외 상장 상품과의 규제 차이를 해소하고 국내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품 도입의 정책적 책임을 둘러싼 질의는 공개 사과로 이어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시점에 상품을 출시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당시 외환시장 상황과 해외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위원장은 조 의원의 요구에 자리에서 일어나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했다. 상품 도입의 필요성과 별개로 결과적으로 발생한 손실과 우려, 피해에 송구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투자자 피해 규모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는 해외 투자은행이 제시한 54조원 손실 추정치의 신뢰성이 거론됐다.
이 위원장은 해당 수치가 씨티은행의 공식 보고서가 아닌 트레이딩 부서의 비공식 시장 논평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레버리지 상품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피해 규모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품 출시 이후 시장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빈도매매(HFT·초고속 알고리즘을 이용한 반복 매매)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일부 거래 주체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장 마감 전 기계적인 매매 수요를 이용해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고빈도매매 거래 규모가 상품 출시 이후 크게 늘었다며 관련 거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거래소가 관련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공적 감시 기능과 영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해외 사례와 장단점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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