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상장사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계기로 관련 상장폐지 절차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시총을 회복해야 했던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사업재편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시간을 벌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케스피온·육일씨엔에쓰·앤씨앤·바이오인프라·예선테크 등에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절차 유예를 안내했다. 이미 시총 미달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8개사를 제외한 관련 관리종목은 코스닥 40개사, 유가증권시장 19개사 등 총 59개사다. 다른 거래정지 사유가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거래소는 법원 결정이 나온 지난 2일부터 해당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이후 길게는 석 달 가까이 시총 회복 시한에 쫓겨 왔다. 육일씨엔에쓰는 지난 7월21일, 앤씨앤·바이오인프라·예선테크는 7월31일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케스피온 역시 8월20일 관리종목에 편입된 뒤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건은 까다롭다. 현재 시총 기준은 코스닥 200억원, 유가증권시장 300억원이다. 규정상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이내에 기준금액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한다. 중간에 시총이 기준금액을 밑돌면 다시 충족한 시점부터 연속 충족일수를 새로 센다. 시한 후반부에 기준을 넘더라도 45거래일을 채울 시간이 부족하면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구조다.
시한 안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본 확충과 경영진 교체에 나선 곳도 있다. 케스피온은 지난달 13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푸른 소부장 신기술투자조합 제3호로 바뀌었다. 새 최대주주는 지분 52.86%를 확보했으며, 기존 경영진이 추진하던 여드름 패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육일씨엔에쓰도 최근 두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60억원을 수혈했다. 유증에 참여한 김승준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가운데 지난 1일 김승준·이정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외부 자금 유입과 경영진 교체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 회복의 관건이다.
상폐 절차가 멈추면서 기업들은 조달한 자금을 사업에 투입하고 사업재편의 성과를 시장에서 평가받을 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일 법원이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의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법원이 기업의 이의신청 등 절차 참여 기회와 강화된 기준의 적용 시기를 앞당긴 점을 주로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유사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해 후속 절차를 유예했다.
다만 이번 유예로 관리종목 지정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시총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은 현행대로 운영하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후속 조치에 따라 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어 기업들의 시총 회복 과제 자체는 남아 있다.
동전주 규제도 그대로 적용된다. 8일 기준 거래소 관리종목 목록과 각사 공시를 대조하면 59개사 가운데 뉴인텍·신라섬유·바른손이앤에이 등 13개사는 시총 미달과 주가 미달 사유가 중복돼 있다. 이들은 시총에 따른 상폐 절차가 유예돼도 주가 1000원 미달에 따른 상폐 위험은 별도로 해소해야 한다. 감사의견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다른 사유에 따른 거래정지와 상폐 절차도 별개로 남는다.
한편 이번 조치가 시총 미달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주연테크·핀텔·세진티에스 등 8개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거래정지가 유지되고 있는 이들 기업 중 6곳이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장사 공시 담당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가 결정된 회사들에 대한 가처분 인용 결정에 이의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여러 차례 시행세칙의 적용이 유보되거나 바뀌고 있어 상장사들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