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일본 혼다가 달리면서 충전하는 전기차 기술을 공개했다. 도로 아래에서 차량으로 전력을 공급해 주행 중 충전하는 방식이다. 혼다는 2027년부터 일본 고속도로에서 실증시험에 들어간다.
한국은 10여년 전 이미 같은 기본 원리를 활용한 온라인전기차(On-Line Electric Vehicle, OLEV)를 개발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비싼 도로 공사비와 잦은 고장, 부족한 부품·정비망 등이 겹치면서 보급 확산에는 실패했다.
혼다는 도로에 들어가는 전력장치를 단순화해 설치 부담을 줄이고, 승용차보다 배터리 부담이 큰 대형트럭부터 겨냥한다. 오는 19~23일 강릉에서 열리는 ITS 세계총회(ITS World Congress 2026)에서 혼다가 관련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이 먼저 달렸지만…상용화서 제동
지난 5일 혼다는 연구개발 자회사인 혼다기술연구소가 타이세이건설(Taisei Corporation), 타이세이로텍(Taisei Rotec)과 ‘주행 중 무선전력전송(Dynamic Wireless Power Transfer, DWPT)’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도로 아래 설치한 송전장치가 자기장을 만들고, 차량 밑 수전장치가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한국의 카이스트는 지난 2009년 ‘무선충전 전기버스(On-line electric vehicle, OLEV)’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에는 경북 구미 일반도로에서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실제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카이스트가 공개한 초기 버스·트램 모델은 차체와 도로 사이 약 20㎝ 간격에서도 100kW 전력을 약 85% 효율로 전달받았다 .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도로 아래에 전력 공급시설을 설치하려면 기존 포장을 걷어내고 별도의 전력설비를 매설해야 했다. 이후 카이스트가 급전선 폭과 공사량을 줄이는 기술까지 개발했지만 전국적인 보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운영 과정에서는 부품과 정비 문제까지 겹쳤다. 2019년 중앙일보 취재 당시 구미에서 운행하던 OLEV 버스는 충전부품 고장 이후 부품을 구하지 못해 운행이 중단됐다. 세종에 도입한 차량도 충전장치와 배터리 등 고장이 반복되면서 2016년 사업이 멈췄다. 상용화에 참여했던 업체가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필요한 부품을 별도 주문 제작해야 할 정도로 공급망도 약해졌다.
◆혼다가 바꾼 것은 충전보다 '도로'
혼다 방식도 도로에서 자기장을 이용해 차량으로 전기를 보내는 기본 원리는 OLEV와 비슷하다. 차이는 도로 아래에 들어가는 전력장치 구조다.
혼다는 도로에 매설되는 송전장치의 인버터와 코일을 하나의 장치로 묶었다. 인버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무선충전에 필요한 형태로 바꿔주는 장치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송전장치는 직류 배전 방식으로 연결한다.
혼다는 이 같은 인버터·코일 일체형 DWPT 구조를 공개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직류 배전을 적용하면서 도로 아래 배선을 단순화하고 부품 수와 시공량도 줄였다는 설명이다.
설치와 교체도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로 전체를 깊게 파내는 대신 기존 포장 일부를 절삭한 뒤 송전장치를 매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OLEV가 부딪힌 높은 도로 설치비와 유지보수 문제를 처음부터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혼다는 이러한 기술을 승용차보다 물류·운송 분야에 먼저 적용한다. 총중량 약 20톤급 대형 상용차가 반복해서 지나가도 견딜 수 있도록 도로 구조를 설계했다. 최대 150kW급 전력 공급과 고속주행 시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100만회 바퀴 하중에 해당하는 내구시험과 전자기장 누설 시험도 진행한다.
2027회계연도부터는 실제 고속도로로 시험무대를 옮긴다. 일본 고속도로 운영사 넥스코동일본(NEXCO East)이 지바현 다테야마고속도로 약 300m 구간에서 실증 사업을 주최한다. 혼다·타이세이와 함께 도요타(Toyota)·덴소(Denso)·오바야시(Obayashi) 팀이 각각 참여한다. 자동차회사뿐 아니라 부품사와 건설사, 고속도로 운영사가 함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다.
◆배터리값 하락 속…도로 투자비 회수가 관건
혼다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경제성이다. 특히 지난 15년 동안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혼다의 기술은 오히려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NEF(BloombergNEF)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은 kWh당 108달러(14만5000원)로, 전년보다 8%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팩은 kWh당 99달러(13만3000원)까지 낮아졌다.
배터리가 비쌌던 과거에는 차량에 배터리를 적게 싣고 도로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의 장점이 컸다. 지금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
혼다가 대형트럭부터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상용차는 장거리 운행을 위해 배터리를 늘릴수록 차량 무게가 증가하고 화물 적재량이 줄어든다. 충전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시간도 운송업체에게는 비용이다. 도로에서 전력을 계속 받을 수 있다면 배터리를 줄이는 대신 차량의 가동시간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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