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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너지 쇼케이스…‘바다 위 데이터센터·원전 유지보수·정비 역량’ 美 조준
이우찬 기자
2026-10-08 07:05:00
삼성중공업 FDC 신속배치·전력 효율 우수, 한전KPS 원전 유지보수 노하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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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메이어브라운 강당에서 딜사이트, 메이어브라운 공동 주최로 한미 전력망 뉴욕포럼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이승현 삼성중공업 FDC사업팀장, 애드먼드 다니엘스 메이어브라운 파트너 변호사, 박영재 한전KPS 원전수출추진실장, 제임 울프 아크 클린 테크놀로지스 CEO가 오후 두 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조선·원전·발전설비 역량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힘주고 있다. 전력망 연결과 데이터센터 건설이 공급망 차질, 인허가 지연 등으로 늦어지면서 모듈화와 독립형 전력 공급, 기존 원전의 성능 개선·유지보수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9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딜사이트와 메이어브라운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 전력망 뉴욕포럼’ 2세션에서는 이승현 삼성중공업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팀장, 박영재 한전KPS 원전수출추진실장, 제임 울프 아크 클린 테크놀로지스(ARC Clean Technologies) CEO가 한미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발전설비 확충뿐만 아니라 건설 기간 단축과 장기 운영 역량 확보가 시장 진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배 건조하듯 바다 위 데이터센터 짓는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승현 삼성중공업 FDC사업팀장은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전력 계통 연계, 공급망 문제, 인허가 지연은 건설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력 수요 폭증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제시했다. 18년간 선박 설계와 조선 프로젝트 관리를 맡아온 이 팀장은 FDC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고 있다.


이 팀장은 삼성중공업 FDC가 지닌 장점으로 우선 신속한 배치를 꼽았다. 육상 데이터센터는 통상 3년가량 걸리지만 조선소에서 FDC를 건조하면서 인허가를 병행하면 설계와 인허가를 포함해 2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독립형 전력 공급이다. 연료전지, 가스 엔진, 가스터빈 등으로 현장 발전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계통 연계와 자체 전원 중 고객 요구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 마지막은 전력효율지수(PUE) 개선이다. 해수 냉각을 쓰면 냉각탑이 필요 없고 담수 소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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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메이어브라운 강당에서 딜사이트, 메이어브라운 공동 주최로 한미 전력망 뉴욕포럼이 개최됐다. 이승현 삼성중공업 FDC사업팀장이 오후 두 번째 세션에서 삼성중공업이 전개하는 FDC 사업 경쟁력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이 팀장은 “50MW 설계 기준으로 육상 대비 설비투자비(CAPEX)는 약 20% 줄고, 공기는 30% 이상 단축돼 17~24개월이 걸린다”며 " 주요 지표에서 FDC는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제품은 두 가지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모듈, LNG 연료탱크를 한 플랫폼에 올린 '발전 통합 모델'과 데이터센터 모듈만 담아 외부 전력을 쓰는 '표준형'이다. 통합 모델은 이중화 개념으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구현하고 LNG 냉열을 냉각에 활용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부식 우려에 대해서는 열교환기를 이용한 간접 냉각이라 바닷물과 서버가 직접 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조 과정도 소개했다. 선체 블록을 동시에 제작해 도크에서 하나로 조립하고 진수 후 9000톤(t)급 골리앗 크레인으로 데이터센터 기가블록 등 장비를 일괄 탑재한다. 강재 절단부터 인도까지 약 12개월이 걸린다. 서버 교체 주기에 맞춘 확장성도 강조했다. 50MW급 FDC에 20MW의 전력·냉각 모듈을 추가하는 식으로 IT 부하를 늘릴 수 있고 표준화된 모듈을 더해 100MW, 200MW급으로 키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태양광, 풍력은 물론 부유식 SMR(FSMR)과 결합해 수백 MW에서 GW급 자립형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구축하는 구상도 내놨다.


토론 좌장인 다니엘스 파트너가 "미시시피강이나 오대호에서도 운용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 팀장은 "심해 접근이 필수는 아니다"라면서도 "유입·배출 해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깊은 수심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미국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 내 여러 하이퍼스케일러·개발사와 논의 중이라며 올해를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기가와트급 프로젝트로의 확장 가능성에는 “목표는 GW급 전력 공급이지만 현실적으로 적절한 단위는 50MW다”며 “수백 MW 규모를 여러 곳에 나눠 배치하는 방식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전KPS "원전 진짜 비용, 운영·유지보수에 달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영재 한전KPS 원전수출추진실장은 한국전력과 두산에너빌리티, 삼성·현대·대우 등 건설사가 함께 움직이는 '팀 코리아' 체제를 소개했다. ‘팀 코리아’는 한국 원전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바라카(Barakah) 원전 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링, 제조, 건설, 시운전, 연료 공급까지 역할을 나눠 하나의 팀으로 일했다. 이 가운데 유지보수를 담당한 곳이 한전KPS다. 한전KPS는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전KPS는 시운전 정비, 경상 정비, 계획예방정비, 개보수 공사를 수행한다. 현장이 일상 정비와 계획 수립을, 연구 조직이 청소 로봇 같은 특수 장비 연구개발(R&D)을, 원자력정비기술센터(NMEC)가 원자로·원자로냉각재펌프·증기발생기 같은 핵심 기기의 특수 정비를 맡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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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메이어브라운 강당에서 딜사이트, 메이어브라운 공동 주최로 한미 전력망 뉴욕포럼이 개최됐다. 박영재 한전KPS 원전수출추진실장이 한전KPS가 보유한 원전 유지보수 역량과 사업 전략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박 실장은 개조(retrofit) 실적도 공개했다. 국내 한 발전소 사업에서는 역설계를 통해 효율을 최대 6.4% 끌어올렸다. LNG 발전소 개보수·수명연장 사업에서는 출력을 100MW 늘리고 효율을 54.2%에서 57.6%로 높였다. 증기터빈 개보수는 계획보다 6일 앞당겨 마쳤고 출력 개선 폭은 목표의 세 배를 넘겼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한전KPS가 팀 코리아 일원으로 참여한 루마니아 사업 체르나보다(Cernavodă) 원전 1호기의 압력관 교체·설비개선 프로젝트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신규 원전 건설을 넘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핵심 설비 정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사례다. 한전KPS는 이 사업에서 단일 공사 기준 최대 규모인 4850억원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캔두(CANDU)형 원전의 압력관 교체와 1·2차 계통 주요 기기 교체를 포함하며 한전KPS가 튜브 교체와 주요 현장 건설을 맡는다. 주변설비(BOP) 분야 129개 항목도 있다. 이탈리아 안살도 에네르기아, 캔두 에너지 등과 협업한다. 박 실장은 "3개국 4개 기업이 서로 다른 언어로 일하는 매우 복잡한 환경이다"며 “32개월 동안 진행되는 사업이 내년 시작되며 루마니아 규제기관의 요구에 따라 루마니아어 자격 인증까지 거쳐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도 캔두형 원전 4기가 운영 중이라 관련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비용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팀 코리아에 신규 원전 건설비용을 묻지만 향후 60년간 운영·유지보수에 얼마나 드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를 인용해 장기 운영 비용이 전체 비용의 60%에 육박한다고 언급했다. SMR에 대해서도 “유지보수가 필요 없다는 말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노심 계측 장비는 18개월 주기로 시험·교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계 단계부터 유지보수·정비와 운영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미 공급망 시너지, 신규 시장 공략 기대


토론에서 다니엘스 파트너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가압경수로(PWR)가 대부분 30~40년 노후화됐다는 점을 들어 한국의 대응 역량을 물었다. 박 실장은 “웨스팅하우스와 개보수 분야에서 협력한 경험은 한국 내 사례뿐이고 미국에서는 아직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원자로냉각재펌프, 증기발생기, 연료 재장전 등에서 정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보글(Vogtle) 원전을 제외하면 수십 년 동안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은 반면 한국은 지난 30년간 10기 이상을 꾸준히 건설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미국은 원천 설계와 지식재산권(IP) 역량을 갖췄다며 협력 시 미국은 물론 제3국 시장도 함께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AP1000과 한국형 APR1400은 모두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뿌리를 둔 PWR(Pressurized Water Reactor·가압경수로)이라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협력의 근거로 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다수의 제조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신규 원전 공급망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규제 문제는 남아 있다. 박 실장은 “궁극적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SMR 개발사 아크 클린 테크놀로지스의 제임 울프 CEO는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전력 공급에 초점을 맞춘 100MW급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다호에서 첫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캐나다, 튀르키예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프 CEO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국내 기업과 협력해 왔다”며 "한국의 강력한 제조·건설 공급망과 미국의 기술·인허가 체계·시장 역학이 매우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책 변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울프 CEO는 “한국은 기술·프로젝트 협력의 틀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전력 산업 핵심 부품에서 중국산이 아닌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3세대 원전 기술인 개량형 비등수형 경수로(ABWR)에서 공장 사전 제작을 앞세워 현장 시공을 줄인 사례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승현 팀장은 “부유식이 아닌 모듈화된 육상 설치형도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작업을 한국에서 하고 미국에서는 최소한의 작업만 하는 방식이다. 울프 CEO는 “보글 원전이 모듈화를 일부 활용했지만 일본만큼 광범위하지 않았다”며 “차세대 원전 건설에서는 효율과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려면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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