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지분 2.26%를 팔아 이혼 재산분할에 필요한 9440억원(세전)을 확보했지만 향후 해당 지분을 재매입할 경우 다시 어떤 가용자원을 활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이 방안으로 꼽히지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재상고심에서 해당 지분을 두고 공방이 펼쳐질 걸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간 내 매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SK㈜는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주식 165만3천924주(2.26%)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7만2493주(약 5440억원)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68만1431주(약 4000억원)는 증권사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고 넘기는 방식이다. 이번 매각으로 최 회장이 확보하는 금액은 9440억원으로 법원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한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다. 세후로는 7000억원 가량이다.
이번 매각으로 최 회장의 SK㈜ 지분 자체는 줄어들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동일하며 특수관계인 보유분을 합산한 의결권 지분율이 30%를 넘기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기반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약 4000억원 규모의 PRS 물량은 3년 만기 계약으로 설정됐다.
향후 최 회장이 SK㈜ 지분을 재매입할 경우 필요한 재원으로는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 SK㈜는 지난 7월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 회장 개인 지분 역시 두산과 별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 지분 매각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최 회장 보유 지분의 가치는 9000억원대다. 다만 기존 총수익스와프(TRS) 정산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잔여 지분을 매각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3년 만기 PRS로 넘긴 SK㈜ 지분 가치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이혼소송 재상고심에서 SK실트론 지분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펼쳐질 걸로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 판단 전까지 해당 지분을 매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SK㈜ 지분 매각으로 재산분할에 필요한 현금을 이미 확보한 만큼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SK실트론 지분까지 서둘러 현금화할 이유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SK실트론 인수를 추진 중인 두산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맞닥뜨렸다는 평가다. 당초 두산은 SK㈜가 보유한 70.6%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최 회장 개인이 보유한 29.4% 지분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특히 두산이 SK㈜의 70.6% 지분을 인수할 당시까지도 최 회장 개인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된 내용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SK㈜ 지분 인수를 결정한 시점에도 해당 지분 매입에 관해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매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두산은 ㈜두산과 SK실트론의 합병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결국 지분 100%를 가져와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에 필요한 현금을 이미 확보한 만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재상고심 결과를 지켜보면서 매각 시점과 가격을 정할 수 있어 두산과의 협상에서도 여유가 생긴 셈이다. 결국 양측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이 SK실트론 인수 종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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