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OK금융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태광그룹이 연상된다는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섬유·석유화학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태광그룹이 금융과 미디어 등으로 사업을 넓혀왔듯 대부업에서 출발한 OK금융그룹도 저축은행을 앞세워 덩치를 키운 뒤 M&A 카드를 띄우며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특히 그룹 오너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활동 반경까지 겹쳐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사람 모두 배구단 구단주를 맡는 등 스포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배구계에서도 나란히 이름이 오르내렸다. 금융·미디어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스포츠를 통해 대외 접점을 확대해온 이 전 회장의 행보와 최 회장의 경로가 점차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예별손해보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예별손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OK금융그룹 산하 OK넥스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본입찰에는 태광그룹 계열 흥국화재도 참여해 두 그룹이 같은 보험사 매물을 놓고 직접 경쟁했다.
OK금융그룹이 예별손보에 이어 최근 중앙일보 M&A까지 발을 담그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예별손보 인수 이후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자본 투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중인 중앙일보 인수까지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거래가 현실화할 경우 OK금융그룹의 자금 동원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OK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배경에는 최 회장의 숙원과제인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이 깔려 있다. 2023년 그룹 모태이자 OK넥스트의 전신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대부업 면허 반납이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알린 분기점으로 꼽힌다. 당시 최 회장은 대부업 철수를 계기로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직접 제시했다.
예별손보 인수는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할 핵심 퍼즐이다. 기존 저축은행·캐피탈에 보험업을 추가하면 금융 포트폴리오가 한층 넓어진다. 중앙일보까지 품을 경우에는 사업 영역이 금융을 넘어 미디어로 확장된다. 대부업에서 시작한 OK금융이 제도권 금융그룹을 넘어 금융·미디어를 아우르는 복합그룹으로 변신하는 그림이다.
금융업권에서는 이 같은 최 회장의 확장 전략이 이 전 회장이 이끌어온 태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섬유·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태광그룹은 현재 흥국생명·흥국화재를 비롯해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티캐스트·씨네큐브·한국케이블텔레콤(KCT)·티알엔(TRN) 등 미디어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출발점은 달라도 두 그룹이 향하는 사업 지형은 점차 비슷해지는 모습이다. 태광그룹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금융과 미디어까지 영토를 넓혔다면 OK금융그룹은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캐피탈로 이동한 뒤 보험과 미디어를 다음 확장 대상으로 점찍었다.
공교롭게도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두 그룹은 최근 M&A 시장에서도 같은 매물을 바라보고 있다. 예별손보 본입찰에서는 OK금융과 태광그룹 계열 흥국화재가 나란히 참여했다. 중앙일보에서도 OK금융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M&A 의사를 공식화한 가운데 태광그룹 역시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태광그룹은 LOI 제출 기한을 넘겨 현재 공식 매각 절차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중앙일보 노조 측에 인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차원의 성장 방식뿐 아니라 그룹 오너들의 활동 보폭도 겹쳐지고 있다. 접점은 스포츠, 그중에서도 배구다. 최 회장은 OK읏맨 프로배구단과 럭비단 구단주로 활동 중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을 맡았고 연임에도 도전하는 등 스포츠계에서 꾸준히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이 전 회장은 올해 2월 흥국생명 배구단 구단주로 취임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제9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로 선임됐다. 태광그룹이 1971년 태광산업 배구단 창단 이후 50년 넘게 이어온 배구와의 인연을 이 전 회장이 직접 이어받은 셈이다.
최근 두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거론된 무대도 배구였다. 올 초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최 회장의 KOVO 총재 도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 선임 절차에서는 이 전 회장이 유일한 후보로 올라 신임 수장으로 추대됐다.
금융권에서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출발점에도 주목한다. 이 전 회장에게는 흥국생명·흥국화재 등 대중과 접점이 넓은 금융 계열사가 있는 반면 최 회장과 OK금융에는 여전히 '대부업에서 출발한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고 있어서다. 프로스포츠연맹 총재는 리그를 대표해 기업과 스폰서를 상대하고 대외 이미지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그룹과 오너의 인지도·평판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이 전 회장이 KOVO 총재직에 오를 수 있던 발판으로 보험 계열사가 주요하게 거론되는 대목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최 회장에게 예별손보와 중앙일보 M&A는 단순한 사업 확장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험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맺는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금융업이고 언론 역시 대중 접점이 큰 산업이다. 두 회사를 품을 경우 OK금융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동시에 대부업에서 출발한 그룹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희석할 새로운 간판을 확보할 수 있다.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이 금융·미디어와 스포츠를 연결하며 대외 활동 반경을 넓혀온 것처럼 최 회장 역시 종합금융그룹 도약과 함께 그룹의 대중적 접점을 확대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예별손보와 중앙일보 인수전의 결과는 OK금융의 사업 지형뿐 아니라 최 회장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윤 회장이 그룹에 각인된 대부업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어한다는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보험사와 언론사 인수를 그룹을 둘러싼 시장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충분히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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