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경영권을 품으면서도 인수대금 부담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매물로 나온 지분 96.06%를 모두 사들이는 대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0.54%만 직접 취득하고 나머지는 센트로이드PE와 나눠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날 계열 증권사에도 2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다 기본자본 확충 과제까지 안고 있는 만큼, 경영권에 자금을 집중해 금융사업 확대와 자본 관리를 동시에 노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400억원에 취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EQT 측이 보유한 지분 96.06%로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당국 인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거래를 마무리하면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애큐온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저축은행까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거래의 핵심은 한화생명이 매각 대상 지분 전체를 직접 사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큐온캐피탈 전체 거래금액은 약 8700억원으로, 한화생명은 이 가운데 과반인 50.54%에 4400억원을 투입한다. 나머지 지분은 센트로이드PE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해 인수한다.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초기 자금 투입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셈이다.
공동투자를 택한 배경에는 한화생명이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금융사업 확대와 자본 관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같은 날 한화투자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위한 유상증자에도 2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애큐온캐피탈 인수대금 4400억원을 더하면 한화생명이 직접 투입하기로 한 자금만 6900억원에 달한다. 한화자산운용도 한화투자증권에 2500억원을 출자하는 만큼 금융계열 전체로 보면 이날 결정된 투자·출자 규모는 9400억원이다.
한화생명으로서는 캐피탈과 증권을 동시에 키우면서도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회사 인수와 출자가 늘어나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보험 본업의 위험을 감당할 자본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특히 손실흡수력이 높은 자본의 적정성을 보여주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규제 기준과의 간격이 크지 않다. 올해 6월 말 한화생명의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56.8%다. 기본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본자본 킥스 기준 50%를 6.8%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2035년까지 경과조치를 두기로 했지만 보험이익을 통해 기본자본을 쌓으면서 비보험 금융계열사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본 관리 필요성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큐온캐피탈 지분 전체를 직접 인수하는 대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과반 지분에 자금을 집중한 것은 초기 재무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선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인수의 핵심은 경영권 확보”라며 “경영권에 필요한 지분은 직접 취득하고 나머지는 센트로이드PE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대신 한화생명이 얻는 금융사업의 외연은 크게 넓어진다. 보험·증권·자산운용에 이어 캐피탈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총자산 4조6000억원 규모인 애큐온캐피탈의 기업금융·투자금융·물적금융 역량을 기존 금융계열사와 연계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애큐온저축은행까지 확보하면서 소매금융 기반도 커진다. 기존 한화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을 합치면 총자산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그룹이 만들어진다. 한화저축은행의 기존 영업망에 애큐온저축은행의 수도권·영남권 기반을 더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동투자로 당장의 인수 부담을 낮췄지만 금융사업 확대에 따른 자본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 편입하는 캐피탈·저축은행이 투자액에 걸맞은 이익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보험 본업의 기본자본을 확충하면서 비보험 계열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외형 확장이 추가 출자 부담이 아닌 새로운 이익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센트로이드PE와의 공동투자 구조 역시 향후 변수다. 사모펀드인 센트로이드PE는 일정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보유 지분의 처리 방식에 따라 한화생명의 추가 자금 소요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초기 인수대금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공동투자자의 엑시트까지 고려하면 한화생명의 애큐온 투자가 4400억원에서 끝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사업 확장이 목적이고 센트로이드PE는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인수 이후 배당이나 재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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