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명동의 빌딩 숲을 벗어나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탁 트인 대지에 들어서자 수평으로 길게 뻗은 대형 건축물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도심 한복판에 수직으로 솟은 기존 금융사 본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내부 역시 격벽을 최소화하고 층과 층을 연결해 전통적인 금융회사 본점보다는 정보기술(IT)·테크 기업의 오피스에 가까운 인상을 줬다. 하나금융그룹이 새롭게 둥지를 튼 청라 헤드쿼터의 첫인상이다.
30일 딜사이트가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는 오는 10월2일 공식 오프닝 행사를 앞두고 입주와 마무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사옥 안팎에서는 조경과 시설 마감 작업이 이어졌고 먼저 입주한 직원들은 곳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로비의 구조였다. 로비에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향했다. 여러 층을 관통하며 겹겹이 이어지는 곡선형 구조물이 천장까지 펼쳐졌다. 층마다 이어지는 곡선은 물결을 연상시켰고, 개방된 공간 덕분에 아래에서 위층까지 시야가 트였다. 건물 규모만 키우기보다 직원들의 동선과 시선을 연결하려는 설계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청라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약 3만8872평) 규모로 들어섰다.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인력이 먼저 업무를 시작했고 지난 21일에는 하나에프앤아이가 합류했다. 이어 10월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11월부터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전 대상은 모두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다.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글로벌캠퍼스 등 기존 청라 근무 인력까지 합치면 약 4000명의 하나금융 임직원이 청라에 모이게 된다. 2012년 시작한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이 헤드쿼터 준공과 관계사 이전을 거쳐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청라 헤드쿼터는 관계사와 부서를 한 건물에 모으는 데서 한 발 나아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넓게 트인 업무 공간과 층을 잇는 내부 계단·경사로 곳곳에서는 기존 금융사 사옥의 정형화된 틀을 깨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업무층 한 개 층의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 사옥의 약 3배에 달한다. 여러 부서와 관계사가 한 층의 넓은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격벽을 최소화하고 시야와 동선을 열어뒀다. 전통적인 금융회사 사옥보다는 개방형 업무 공간을 강조한 IT 기업의 오피스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 이유다.
층과 층도 적극적으로 연결했다. 3~7층과 10~14층에는 내부 계단을 설치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다른 층의 직원들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서쪽에는 1층부터 15층까지 약 1.1㎞ 길이로 이어지는 경사형 보행로도 조성했다. 직원들이 업무 중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마련한 '커뮤니케이션존' 역시 기존 명동 사옥보다 약 3배 넓혔다.
공간이 바뀌면서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 청라 헤드쿼터에는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 기반 스마트오피스 환경을 구축했다. 노트북과 클라우드 PC(VDI), 메신저, 소프트폰 등을 활용해 특정 좌석이나 유선망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실이나 협업 공간으로 이동하더라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좌석제로 운영되는 스마트워크센터 역시 개방형 구조를 적용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존 스마트워크센터와 달리 개방형으로 구성해 팀 단위로 보다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청라 헤드쿼터의 개방성은 직원들의 업무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금융은 사옥 일부를 지역 주민과 공유하면서 하나드림타운을 지역사회와 연결된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하층과 8~9층 일부, 옥상 정원과 보행로 등 일부 공간을 정해진 운영시간에 시민에게 개방해 문화·휴식 인프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옥상 공간은 저녁 시간대 버스킹 공연 등 지역 주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헤드쿼터가 그룹의 사람과 조직을 한데 모으는 공간이라면, 인근 통합데이터센터는 하나금융의 디지털 인프라를 집결한 또 다른 축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하나금융 디지털 혁신의 핵심 인프라인 통합데이터센터도 함께 공개됐다.
지난 2017년 청라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통합데이터센터는 지하 1층~지상 16층, 연면적 약 6만6000㎡, 전력 2만kW 규모로 웰컴센터와 코어센터, 비전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증권·카드 등 그룹 관계사의 IT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한곳에 모아 그룹 전산 인프라를 운영하고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출범 초기 6개 관계사 시스템 관리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22개 관계사까지 전담 범위가 대폭 확장됐다.
특히 헤드쿼터에 5G 특화망과 클라우드 PC 등 새로운 업무환경이 도입되면서 안정적인 IT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통합데이터센터는 그룹 IT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을 넘어 클라우드와 AI 등 미래 금융 혁신을 현실로 구현하는 핵심 거점”이라며 “그룹의 기술 역량을 결집해 고객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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