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공개매각을 추진해온 코스닥 상장사 ‘더코디’가 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범LG가 3세 구본호 회장 측을 새 최대주주로 맞는다. 구 회장이 100% 보유한 판토스코퍼레이션이 유증에 참여하고 구 회장도 직접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동시에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타법인 투자에 나서고 로봇·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대거 추가하면서 사업·지배구조 전반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CB가 전액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판토스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이 30%대에서 14% 안팎까지 낮아질 수 있어 향후 지배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구 회장 측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과 동시에 그 지배력을 크게 희석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조달도 함께 추진하는 셈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코디는 오는 10월 7일 7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앞두고 있다. 신주 221만9403주가 발행되며 기존 발행주식의 43%에 해당한다. 발행가는 주당 3154원이다.
이번 유증의 최종 배정자는 판토스코퍼레이션이다. 판토스코퍼레이션은 구본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별도 법인이다. 납입이 완료되면 더코디 최대주주는 기존 이석산업개발에서 판토스코퍼레이션으로 변경된다. 유증 후 판토스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은 약 30.1%다.
판토스코퍼레이션과 판토스홀딩스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별개의 법인이다. 이번 더코디 유증에 직접 참여하는 곳은 판토스홀딩스가 아닌 판토스코퍼레이션이다.
구 회장 측의 경영 참여도 본격화한다. 당초 지난 3월 결의된 유증은 여러 차례 정정을 거쳤으며 최종 납입 예정일인 10월 7일 다음 날인 10월 8일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임시주총에서는 신규 이사진 선임에 나선다. 사내이사 후보로 오일성·구본호·김성일이 이름을 올렸다. 구본호 회장이 직접 사내이사 후보로 나서는 가운데 판토스홀딩스 부문장을 거쳐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일 씨도 후보에 포함됐다.
독립이사(사외이사) 후보로는 안수경·김종현이 이름을 올렸다. 기존 후보였던 임수정은 제외됐다. 안수경 후보는 한국감정원·한섬·루이비통코리아 경력을, 김종현 후보는 한진해운 운영본부장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본부장 경력을 갖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감사위원은 독립이사 2명과 사내이사 김성일로 구성할 예정이다.
구 회장 측이 30%대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라서지만 향후 지분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도 있다. 더코디는 지난 7일 300억원 규모 제11회차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구 회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하는 70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전환가격은 주당 3550원이며 전액 전환될 경우 845만704주의 신주가 발행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의 163.75%에 달한다. 판토스코퍼레이션이 유증으로 받는 221만9403주의 약 3.8배다.
현재 공시된 전환가격을 기준으로 70억원 유증 이후 CB가 전액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판토스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은 약 30.1%에서 14% 안팎까지 희석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역시 유증과 CB 전환을 거치면서 크게 낮아질 수 있다. CB의 향후 전환 여부와 투자자별 보유 규모가 더코디 지배구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CB 만기는 2029년 10월 6일이며 표면이자율은 3%, 만기이자율은 4%다. 더코디는 300억원 전액을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업 영역도 대폭 넓힌다. 더코디는 임시주총에서 서비스로봇과 휴머노이드·자율로봇, 드론·무인이동체, 로봇 부품,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와 관제 플랫폼, 로봇 구독형 서비스(RaaS) 등을 사업목적에 포함할 예정이다.
AI 기반 SaaS·클라우드, AI 에이전트,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학습용 데이터, AI 기반 의료·금융·교육·제조 솔루션 등도 추가한다. AI·로봇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사업개발업과 타법인 지분 취득을 통한 지배·경영지도 사업도 새 사업목적에 포함된다. 회사는 사업목적 변경 이유를 ‘사업다각화’로 기재했다.
더코디가 CB로 조달하는 300억원의 용도를 타법인 증권 취득으로 정한 데다 같은 시기 AI·로봇 관련 기업 투자와 타법인 지분 취득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기업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투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실제 신사업 진출 방향은 향후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더코디는 1999년 설립돼 201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전자부품 제조기업이다. 고주파 코일과 트랜스포머, SMD 인덕터 등을 생산해 LG전자·LG마그나·한화큐셀·LS일렉트릭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전자부품 중심의 사업 영역을 로봇과 AI, 드론, 데이터센터 등으로 대폭 넓히는 셈이다.
별도의 운영자금 조달도 진행 중이다. 더코디는 지난 23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정정공시를 통해 15억원 규모 소액공모 유상증자의 최종 배정자를 그레이록투자조합에서 파워엠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 발행가는 8772원에서 4719원으로 낮아졌고 신주 수는 17만998주에서 31만7863주로 늘었다. 납입일은 10월 12일이다.
별도로 파워엠엔터테인먼트 대상 5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역시 발행가가 4719원으로 정정됐으며 10월 12일 납입 예정이다. 두 건을 합치면 파워엠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총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다. 이들 신주까지 발행되고 300억원 CB가 전액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판토스코퍼레이션의 잠재 지분율은 14%를 밑도는 수준까지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
구 회장 측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판토스홀딩스는 2025년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지만 55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총차입금은 1278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654억원을 기타특수관계자인 케이케이홀딩스로부터 조달했다. 케이케이홀딩스는 구 회장의 모친인 조원희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케이케이홀딩스 차입금은 2024년 말에도 649억원으로 판토스홀딩스 장기차입금 840억원의 77%를 차지했다. 2025년 말 자본총계는 19억원으로 자본금 23억원을 밑돌아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은 226억원까지 확대됐다.
판토스홀딩스는 2024년 100억원, 2025년 160억원 등 2년간 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순손실과 보유 증권 평가손실 등이 이어지면서 자본총계는 2024년 말 14억원에서 2025년 말 19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더코디 유증에 참여하는 판토스코퍼레이션은 판토스홀딩스와 별도 법인인 만큼 판토스홀딩스의 재무 부담을 더코디와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 회장 측이 더코디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판토스코퍼레이션의 70억원 투자재원과 계열사 간 자금거래 여부 등은 향후 지배구조를 살펴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더코디 측에 유상증자 이후 경영 계획과 CB 자금의 투자 방향, AI·로봇 신사업 추진 계획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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