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나란히 계열사 대표에서 지주로 돌아온 지 2년 만에 이재근 KB금융 글로벌부문장은 차기 회장으로 올라선다. 이제 시선은 함께 지주로 복귀했던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의 거취로 향한다. 이창권 부문장은 디지털·IT에 이어 미래전략까지 그룹 핵심 업무를 맡아왔지만 이재근 부문장의 회장 승진으로 사실상 '부회장급 투톱' 체제의 한 축만 남게 됐다. 새 회장 체제에서도 역할을 이어갈지, 세대교체에 맞춰 용퇴할지가 이재근 체제 첫 인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11월20일 개최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재근 부문장은 회장 선임 직후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에게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주문한 만큼 새 회장 체제에 맞춰 핵심 인적 구성과 조직 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구축된 '부회장급 부문장' 체제를 이재근 부문장이 이어갈지 여부다. 양 회장은 2023년 취임 이후 부회장 제도를 폐지했지만 이듬해 주요 계열사 대표 출신 인사들을 지주 부문장에 배치했다. 이재근·이창권 부문장이 대표적이다. 핵심 계열사 CEO를 지낸 인사들에게 그룹 주요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면서 직함만 사라진 과거 부회장에 준하는 역할을 맡긴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재근 당시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당시 KB국민카드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둔 2024년부터 이들의 지주사 복귀 여부에 주목해 왔다. 통상 금융권 임원들에게 적용되는 ‘최초 2년+추가 1년’의 임기를 받는 데다, KB금융의 경우 계열사 대표를 거친 인사가 임기 이후 지주로 복귀해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맡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말 허인 당시 국민은행장과 이동철 당시 국민카드 사장은 모두 지주로 이동하며 부회장에 오른 바 있다. 양 회장 역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21년 지주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이재근 부문장과 이창권 부문장도 2024년 말 인사를 통해 나란히 지주로 복귀했다. 양종희 회장이 2023년 11월 취임한 지 약 1년여 만이다. 이재근 당시 은행장은 글로벌부문장으로, 이창권 당시 국민카드 사장은 디지털·IT부문장으로 이동했다.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사라졌지만 핵심 계열사 대표를 지낸 두 사람이 부회장급 부문장으로 그룹 주요 사업을 나눠 맡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두 사람에게 맡겨진 영역도 이후 넓어졌다. 올해 들어 이재근 부문장은 WM(자산관리)·SME(중소기업금융)부문장을 겸직 중이며, 이창권 부문장은 미래전략부문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올 초 신설된 미래전략부문은 전사 AX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이재근 부문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짜였던 부회장급 부문장 체제의 균형도 깨지게 됐다. 한 축이 회장으로 올라서는 만큼 남은 한 축인 이창권 부문장을 기존과 같은 위상으로 둘 것인지부터 새롭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문장의 거취가 단순한 개인 인사를 넘어 이재근 체제의 조직개편 방향과 맞물리는 이유다.
1965년생인 이창권 부문장은 서울 중앙고와 고려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전략총괄(CSO) 전무, 글로벌전략총괄(CGSO) 부사장을 거친 그는 2021년 말 인사에서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국민카드를 3년간 이끈 뒤 지주로 돌아와 디지털·IT와 미래전략까지 맡으면서 전략과 글로벌, 비은행 경영, 디지털을 두루 경험했다. 계열사 CEO를 거쳐 사실상 부회장급까지 올라온 만큼 그룹 내에서 밟을 수 있는 주요 경영 보직을 대부분 경험한 셈이다.
우선 이창권 부문장이 미래전략부문장으로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출범한 미래전략부문이 그룹 전략과 AX를 총괄하는 조직인 만큼 이 부문장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는 방안이다. 신설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고 이 부문장이 그동안 쌓아온 전략·디지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임의 명분이다.
유임하더라도 역할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미래전략부문 내부에는 이미 전략과 디지털 분야를 이끌 실무 책임자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영서 KB금융 부사장은 전략담당을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KB금융 경영연구소장과 디지털플랫폼총괄 겸 국민은행 AT전략본부장 전무, AI·디지털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박형주 KB금융 AI·DT추진본부장은 국민은행에서 디지털신사업본부장과 스타뱅킹영업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쳐 올해 초 지주로 이동했다. 1971년생인 조 부사장과 박 본부장 모두 이창권 부문장 산하에서 각각 전략과 디지털 부문의 핵심 실무를 이끌고 있는 구조다.
이재근 체제가 이들의 권한을 확대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손질한다면 이창권 부문장의 역할도 재설정될 수 있다. 전략·디지털의 세부 업무는 실무 책임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맡기고 이 부문장은 그룹 중장기 성장전략이나 미래사업 등 상위 단계의 아젠다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부회장급 인사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실무 조직의 권한도 키울 수 있는 선택지다.
반대편에는 용퇴 시나리오가 있다. 이창권 부문장은 이미 국민카드 대표를 거쳐 지주에서 사실상 부회장급 역할까지 맡았다. 이 때문에 현재 보직에서 물러날 경우 다시 계열사 대표로 이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근 체제가 부회장급 부문장 체제를 유지한다면 역할을 이어갈 여지가 있지만, 총괄 단계를 줄이고 부사장급 실무 책임자에게 힘을 싣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꾼다면 선택지는 크게 좁아진다.
회추위가 주문한 세대교체 역시 변수다. 이창권 부문장은 1965년생인 반면 전략·디지털 실무를 맡은 조 부사장과 박 본부장은 1971년생이다. 이재근 체제가 조직 슬림화와 함께 세대교체까지 추진한다면 부회장급 부문장 체제를 축소하고 실무 책임자를 전면에 배치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이 경우 이창권 부문장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기고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창권 부문장의 거취는 '어디로 이동하느냐'보다 '이재근 체제에서도 부회장급 역할을 이어가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이미 계열사 CEO와 지주 핵심 부문장을 거친 만큼 선택지는 유임과 지주 내 역할 재편, 용퇴로 압축된다. 유임한다면 양종희 체제에서 구축한 조직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선택이지만, 용퇴한다면 이재근 체제의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를 상징하는 인사가 될 수 있다.
이재근 부문장 역시 계열사 CEO를 거쳐 부회장급 부문장을 밟은 뒤 회장으로 올라선다. 함께 지주로 돌아와 그룹 핵심 사업을 나눠 맡았던 이창권 부문장의 거취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이재근 체제 첫 인사의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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