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화승그룹 오너 4세 현재모 씨가 보유 주식의 40% 가까이를 담보로 잡히고 빌린 돈으로 화승코퍼레이션(화승코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연 5%대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매수에 나선 배경으로는 화승코퍼 기업가치가 저평가 된 상태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만큼 승계 비용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 씨가 보유한 화승코퍼 주식은 9월29일 기준 329만8934주(6.59%)다. 2000년생인 현 씨는 지난해 8월 부친인 현지호 화승그룹 총괄부회장에게서 251만주(5.01%)를 증여 받아 처음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장내에서 78만8934주를 사들이면서 지분율은 1.58%포인트(p) 올랐다.
현 씨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6월이다. 현 씨는 6월9일부터 26일까지 12차례에 걸쳐 24만5861주(5억8592만원)를 매입했다. 지분 취득은 자기자금을 활용했다.
이후 자금조달 방식이 달라졌다. 현 씨는 6월29일 대신증권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으며 처음으로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보유 주식 42만7351주(0.85%)를 담보로 5억원을 빌리는 계약이다. 이 대출금으로 7월16일까지 12만9094주를 더 사들였다.
이어 7월과 8월에도 대신증권에서 5억원씩 총 10억원을 차입해 각각 25만2324주, 6만6833주를 매수했다. 담보는 각각 41만2372주, 38만6848주 잡혔다. 이로써 현 씨의 대출 원금은 15억에 달하게 됐다. 금리는 연 5.1%이고 담보로 잡힌 주식은 총 122만6571주로 보유 주식의 37.2%에 해당한다. 9월 매수분인 9만4822주는 매입 금액과 자금원이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현 씨가 빚까지 내 지분을 늘리는 배경으로는 화승코퍼의 낮은 주가가 거론된다. 9월30일 종가(2490원)와 6월말 지배주주지분(301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화승코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41배다. 주당순자산은 약 6014원으로 현 씨의 매입단가(2258~2562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가가 낮을 때 지분을 확보해 두면 승계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증여나 상속으로 지분을 넘겨받으면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본인 명의로 사 둔 주식에는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매입 후 주가가 오르면 그 상승분도 고스란히 현 씨 몫이 된다. 당장 연 5.1%의 이자를 내더라도 주가가 저평가된 지금 매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증여도 주가가 1923원(8월18일 종가)이던 시점에 이뤄졌다. 증여받은 251만주의 가치는 30일 종가 기준 62억4990만원으로 증여 당시보다 14억2317만원 늘었다.
지분을 늘리는 대가로 현 씨가 감수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대출 원금 15억원에 금리 5.1%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는 7650만원이다. 세 건 모두 만기가 같다 보니 실제 차입 기간은 짧게는 2개월이 채 안 되고 길어야 3개월이었다. 만기는 지난달 29일이었지만 연장 여부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화승코퍼로부터 받는 배당으로 이 부담을 메우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결산 주당 배당금은 75원으로 총 35억원이다. 현 씨가 결산 배당으로 받은 금액은 보유 주식 251만주 기준 1억8825만원이다. 배당소득세율 15.4%를 적용하면 실수령액은 약 1억5926만원으로 줄고 여기서 연간 이자 7650만원을 내면 원금 상환에 쓸 수 있는 돈은 약 8276만원에 그친다.
장내매수로 지분이 늘어난 현재 보유 주식(329만8934주) 기준으로 향후 같은 배당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후 실수령액은 약 2억900만원으로 늘지만, 이자를 제하고 남는 원금 상환 재원은 연간 1억3282만원 안팎이다. 이 돈을 전액 대출 상환에 사용한다고 해도 11년 이상이 소요된다. 물론 배당 외 소득이나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상환할 여지도 있지만, 공시로 확인되는 소득원만 놓고 보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산 셈이다.
주가 급락 위험은 아직 크지 않다. 담보대출에는 담보유지비율 170%가 적용된다. 30일 종가 2490원을 기준으로 담보 주식 가치는 31억원으로 대출 원금의 약 204%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주가가 약 2079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 제공이나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현 씨는 아직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부친인 현 총괄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고 조부인 현승훈 회장도 여전히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승계가 본격화할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현 씨는 증여로 주주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78만주 넘게 사들였다. 승계 시점이 오기 전 주가가 낮을 때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 두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승그룹 관계자는 현 씨의 경영 참여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지분 매입은 개인적인 결정이어서 구체적인 배경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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