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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합법화"…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안 반박
윤종학 기자
2026-09-29 16:29:24
수탁고 87조 운용사들 긴급 성명…"선행매수 허용, 30년 전 제도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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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제도 비교. <출처=운용사 18곳 공동성명 별첨 자료>

[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약 30년 만에 부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본회의를 이틀 앞두고 운용업계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한 채 법이 통과되면 경영권 거래에서 일반주주 차별을 없애려던 법이 오히려 그 차별을 합법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이날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10월 1일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정무위안)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참여사의 합산 수탁고는 87조원으로, 상법 개정 이후 국내외 운용사가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것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들은 30일 오후 1시 공동 기자회견도 연다. 정무위안은 지난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하고, 과반(50%+1주)에 모자란 물량만 공개매수로 채우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운용사들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지배주주 지분이 40%인 회사에서 인수자는 이 40%를 먼저 산 뒤 10%+1주만 공개매수하면 된다.


일반주주 60%가 전원 응모해도 각자 보유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고, 인수 물량의 80%는 지배주주 몫이 된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과반인 회사라면 공개매수로 살 물량이 남지 않아 일반주주는 매각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운용사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일부를 팔더라도 과반 지분을 쥔 인수자를 견제하기 어려워지면서 팔지 못한 6분의 5에서 보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이 '합법화'를 문제 삼는 것은 시장 관행이 이미 법안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에코마케팅 인수 과정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었는데도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의 폭넓은 매각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제한된 수량만 사도 의무 이행으로 인정하는 법이 생기면 인수자들이 법정 최소치에 맞춰 거래를 설계할 유인이 커진다.

운용사들은 성명에서 "차별을 없애려던 법이 오히려 그 차별을 합법으로 인정해 주는 셈"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7년 제도와 비교해도 후퇴했다는 평가다. 당시 도입된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50%+1주 부분매수 방식이었지만, 지분 25% 이상을 취득하려면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공개매수를 거치게 해 선행매수가 원천 차단됐다.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함께 응모했고 초과응모 시 예정수량 범위에서 같은 비율로 매수됐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과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이유로 폐지됐다.


운용사들은 50%+1주 기준 자체는 수용했다. 잔여주식 전량 매수가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인수자금 부담과 M&A 위축 우려를 고려한 정무위 판단은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도 공개매수에 응모하게 하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대안으로 내놨다. 앞선 사례라면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서 약 20%, 일반주주에게서 약 30%를 사들이고, 모든 주주가 보유주식의 절반가량을 같은 가격에 판다. 매수 가격과 총수량이 그대로여서 인수자 부담은 늘지 않고, 달라지는 것은 누가 얼마나 파느냐뿐이라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한번 끝난 경영권 거래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공개 논의를 거쳐 선행매수 배제, 지배주주 과반 보유 회사의 일반주주 매각 기회 보장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소한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의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어떤 원칙으로 대우할지를 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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