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최근 위메이드 인수전에서도 차이나머니가 핵심 자금줄로 등장하면서 K게임의 IP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위메이드 인수구조와 자금 출처, 핵심 IP의 향방을 추적하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자본·사업 의존도와 자본 유입 이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중국 자본에 경영권을 넘긴 지 20년. 액토즈소프트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한때 168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공시상 113만원 수준까지 줄었다. 매출의 69%는 IP 로열티에서, 절반가량은 최대주주 측 중국 관계회사 한 곳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9200억원에 창업주의 경영권 지분이 넘어가는 위메이드가 액토즈의 20년을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2005년 중국 샨다에 인수된 액토즈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자체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현재 사업의 무게중심은 신규 게임 개발보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라이선스 수익으로 이동했다. 반면 시프트업·웹젠·크래프톤은 중국계 자본이 주요주주로 들어온 뒤에도 국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며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갔다. 중국 자본의 지분율보다 경영권의 향방과 이후 사업 전략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와 중국 자본의 관계는 2001년 ‘미르의 전설2’ 중국 서비스 계약에서 시작됐다. 당시 액토즈는 미르 시리즈와 자체 개발작 ‘A3’ 등을 중국·일본·동남아에 수출하는 개발사였다. 2004년에는 ‘3000만불 수출의 탑’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2월 중국 샨다(현 셩취게임즈)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며 상황이 변했다. 2004년 11월 이종현 전 대표 등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 28.96%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2005년 2월2일 기존 보유분을 합쳐 지분 38.1%의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날 기존 이사진 일부가 물러나고 티안키오 첸, 준 탕, 슈준 리, 그레그 필라로프스키 등 샨다 측 인사들이 이사로 선임됐다.
경영권 이전과 동시에 이사회 구성이 바뀌면서 액토즈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도 중국 최대주주 측 인사들이 참여하게 됐다.
◆20년 뒤 R&D 113만원·IP 로열티 69%…사업 무게중심 이동
인수 직후 곧바로 액토즈의 개발이 멈춘 것은 아니다. 액토즈는 이후에도 ‘라테일’ 등을 개발했고 연구개발비는 2007년 90억원에서 2009년 168억원까지 늘었다. 2012년에는 1135억원을 들여 국내 개발사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지분 20.5%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자본이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상당 기간 자체 개발과 외부 개발사 투자가 병행된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 실적은 당초 전망치를 밑돌았고 투자자산 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1135억원이던 취득가액은 2019년 말 장부가액 기준 302억원까지 떨어졌고 액토즈는 이듬해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이후 장기간에 걸쳐 액토즈의 체질이 점차 바뀌었다. 액토즈는 2017년 글로벌 IP 사업을 위한 홍콩 법인을 설립했고 2020년에는 미르의 전설2·3 관련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 진전기를 세웠다.
현재 액토즈의 수익구조는 자체 개발보다 IP 라이선스·로열티 쪽으로 무게가 크게 이동했다. 지난해 액토즈 연결매출 699억원 가운데 게임운영 매출은 191억원인 반면 게임 IP 로열티는 485억원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특히 셩취 계열인 ‘란샤(Lansha)’ 단일 거래 비중이 전체 실적의 51%(356억원)에 달한다. 핵심 자산인 미르2의 중국 지역 독점 라이선스 역시 란샤와 2031년까지 묶여 있다.
연구개발비 추이는 사업구조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액토즈의 ‘개발 및 사업’ 인력은 2022년 95명에서 2023년 106명, 2024년 102명, 2025년 110명으로 늘었다. 개발과 사업 인력이 함께 집계된 수치여서 순수 개발인력의 증감은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2023년 120억원에서 2024년 44억원, 2025년 113만4000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168억원에 달했던 연구개발비가 16년 만에 사실상 0원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개발·사업 인력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공시상 연구개발 투자는 급격하게 축소됐다.
중국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직후부터 개발 투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액토즈는 인수 이후에도 신작을 개발하고 개발사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에는 자체 개발보다 기존 IP에서 발생하는 로열티가 수익구조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중국 자본 들어와도 개발은 계속…차이는 경영권
반면 중국 자본을 유치하고도 다른 결과를 나타낸 사례도 있다. 시프트업은 텐센트 계열이 34.60%를 보유한 2대주주지만, 김형태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쥐고 있다. 시프트업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158억원에서 지난해 651억원으로 늘었다. 텐센트 계열이 퍼블리싱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 이어 자체 개발작 ‘스텔라 블레이드’도 흥행하면서 중국 자본 유입 이후에도 신규 IP 개발이 이어졌다.
웹젠과 크래프톤도 중국계 자본이 주요주주로 들어왔지만 국내 측 최대주주와 경영권은 유지됐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6123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스튜디오를 지속 확장 중이다.
중국계 자본이 2대주주로 참여한 회사에서는 국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한 가운데 신규 IP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진 것이다. 중국 자본 유입 자체가 곧바로 개발 기능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경영권까지 이전된 액토즈와는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전 숭실대 교수)은 중국 자본의 유입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위기이면서 기회”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국내 게임사의 핵심 경쟁력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자본을 가지고 오더라도 우리 기술과 IP, 인재를 확보하고 성장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자본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개발 역량을 단시간에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국내 게임산업이 과거의 흥행 IP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의 IP가 나와줘야 하는데 우리는 20~30년 전에 만든 IP를 계속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과 IP를 쌓는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분 전량 넘기는 위메이드…‘제2의 액토즈’ 우려 확산
이달 30일 최대주주 변경을 앞둔 위메이드를 향해 '제2의 액토즈'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자본이 2대주주에 머무는 시프트업·크래프톤과 달리 창업주의 경영권 지분 자체가 이전되기 때문이다.
박관호 의장이 보유 지분 39.33% 전량을 넘기는 이번 9200억원 규모의 매각 거래에는 중국 게임사 킹넷이 홍콩 자회사를 통해 인수 상위법인 네오스피어 지분 49%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킹넷의 투자금은 2억9800만달러로, 원화 환산 시 약 4000억원 규모다. 네오스피어의 나머지 지분 51%는 넥스펄스가 보유하는 구조다.
특히 킹넷 투자계약에는 위메이드가 네오스피어에 미르 관련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네오스피어가 확보한 권리를 킹넷 측에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라이선스 부여 여부와 조건은 향후 계약에 따라 정해지지만, 경영권 인수 자금과 핵심 IP의 중국 사업이 하나의 거래구조 안에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위메이드의 사업구조는 액토즈와 차이가 있다. 지난해 기준 500억원 넘는 연구개발비를 집행했고 자체 개발조직과 신작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액토즈 역시 인수 직후 개발 투자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수 이후 수년간 연구개발비를 늘렸고 외부 개발사 인수에도 나섰다. 사업의 무게중심이 IP 로열티로 이동한 것은 장기간에 걸친 변화였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역시 위메이드를 시프트업이나 크래프톤보다는 액토즈에 가까운 사례로 봤다. 김 교수는 “시프트업·크래프톤처럼 중국계 자본이 2대주주에 머무는 경우와 경영권 자체가 이전되는 위메이드는 상황이 다르다”며 “위메이드는 향후 중국 측 주요 의사결정권자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권 이전 직후부터 개발조직이나 연구개발 투자가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단기간에는 현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핵심 개발자들이 유지되고 기존보다 좋은 성과까지 나온다면 현재의 개발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개발인력과 경영 방향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 측과 기존 개발조직 사이에서 조직문화나 사업방향의 충돌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액토즈와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속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향후 개발인력 유지와 경영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경영권 이전 이후 새롭게 꾸려질 위메이드 이사회 구성과 미르 IP 라이선스 조건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당장의 매출보다 장기적인 연구개발비와 자체 개발 인력 유지 여부를 지켜봐야 ‘제2의 액토즈’ 우려를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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