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최근 위메이드 인수전에서도 차이나머니가 핵심 자금줄로 등장하면서 K게임의 IP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위메이드 인수구조와 자금 출처, 핵심 IP의 향방을 추적하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자본·사업 의존도와 자본 유입 이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에 스며든 '차이나머니'가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매출과 핵심사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이 주요주주로 자리 잡은 게임사들을 분석한 결과, 지분율 이면에서 핵심 지식재산권(IP) 수익과 글로벌 퍼블리싱 등 알짜 사업까지 중국 기업과 맞물린 사례가 확인됐다. 액토즈소프트는 단일 중국 관계회사와의 거래수익이 연간 매출의 절반에 달했고, 시프트업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게임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2대주주와 같은 텐센트 기업집단이 맡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시프트업·웹젠·크래프톤 등 중국 자본이 유입된 주요 게임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중국 기업 및 시장과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계 주주의 지분율과 실제 사업의 연결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주요주주와 핵심 IP의 사업 파트너가 같은 기업집단으로 겹치는 구조도 나타났다.
◆액토즈, 中 관계사 거래수익만 매출 절반…지분→경영→IP 연결
중국 자본과 중국 사업의 연결이 가장 뚜렷한 곳은 액토즈다. 액토즈의 2025년 연결매출은 699억원으로, 게임운영 매출 191억원, 게임 IP 로열티 매출 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약 69%가 게임을 직접 서비스해서가 아니라 IP를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에서 나오는 구조다.
이 로열티 매출의 원천을 뜯어보면 자본관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관계회사인 란샤와의 거래에서 지난해 356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연간 연결매출 699억원과 비교하면 약 51%에 해당한다. 란샤는 액토즈소프트 최대주주인 성취테크놀로지코리안의 상위 계열사 저장센추리화퉁그룹의 자회사다. 지분을 쥔 최대주주 계열과 매출을 공급하는 사업 파트너가 사실상 같은 뿌리인 셈이다.
관계회사와의 거래수익과 최종 고객 소재지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지역별 매출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를 '중국 매출 51%'로 볼 수는 없지만, 단일 중국 관계회사에서 발생한 거래수익만 연간 연결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액토즈소프트 등기임원 7명은 대표이사부터 사내이사, 사외이사와 감사위원까지 전원이 중국계다. 사내이사 중 1명은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직과 최대주주 성취테크놀로지코리안 대표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최대주주와 회사 경영진도 직접 연결돼 있다. 액토즈는 중국 자본의 지분→경영→IP 사업이 한 축으로 이어지는 국내 상장 게임사 중 가장 뚜렷한 사례로 꼽힌다.
◆시프트업 '니케' 74%…2대주주 텐센트, 이사회·퍼블리싱까지
시프트업은 액토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 자본과 사업이 연결돼 있다. 텐센트 계열 에이스빌이 지분 34.60%를 보유한 2대주주이자, 텐센트 부사장 샤오이 마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형태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측과의 지분율 격차도 크지 않다.
사업 측면에서는 핵심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가 연결고리다. 니케의 글로벌 퍼블리싱에는 텐센트 계열 프록시마베타가, 중국 서비스는 선전 텐센트 톈유가 맡고 있다. 니케 매출은 2025년 전체 매출 2945억원 중 1653억원(56.1%),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1030억원 중 760억원(73.7%)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회사의 최대 매출원인 니케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2대주주와 같은 텐센트 기업집단이 맡고 있는 셈이다.
니케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서비스되는 만큼 이 매출 전체를 텐센트와의 거래액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34.60%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와 회사 최대 매출원의 퍼블리셔가 같은 텐센트 기업집단에 속한다는 점에서 자본관계와 핵심 사업의 연결고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같은 2대주주 구조라도 기업의 규모와 핵심 IP 의존도에 따라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크래프톤처럼 국내외에서 충분한 사업 규모를 확보한 회사와 시프트업은 조건이 다를 수 있다”며 “시프트업은 특정 IP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중국계 주주와의 관계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웹젠·크래프톤도 中과 사업 연결…강도는 제각각
웹젠과 크래프톤은 액토즈·시프트업보다는 연결 강도가 낮지만, 중국 자본과의 사업 접점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 게임사 아워팜 계열 펀게임 인터내셔널이 지분 23.08%를 보유한 2대주주인 웹젠은 2014년부터 중국 게임사들과의 'MU' IP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 확대했다. 중국 37게임즈가 MU IP를 활용한 웹게임 '대천사지검'을, 천마시공이 모바일 MMORPG '전민기적'을 각각 출시했고, 이후 웹젠과 천마시공이 공동 개발한 '기적MU:각성' 역시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출시됐다.
올해 반기에도 베이징 소재 관계회사와 30억원 규모의 IP 로열티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지역별 매출은 국내 50.8%, 중국 13.6%, 독일 17.2%, 기타 18.4%로 나타나 중국 매출 비중 자체는 13%대에 그쳤지만, 'MU'를 중심으로 한 IP 사업은 10년 넘게 중국 시장과 연결돼 있다.
텐센트 계열 이미지프레임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린 크래프톤은 장병규 의장과 별도의 주주간계약도 맺고 있다. 이미지프레임 측 인사의 이사회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회계상 특수관계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장 의장이 지분을 처분해 경영권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이미지프레임도 보유주식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회수 관점의 권리는 별도로 챙겨둔 상태다. 여기에 대표작 PUBG Mobile의 중국 서비스와 글로벌 퍼블리싱을 텐센트 계열(Tencent Technology Shenzhen, 프록시마베타)이 맡고 있어, 주요주주와 핵심 IP의 사업 파트너가 같은 텐센트 기업집단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크래프톤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서 돈 번다고 '차이나머니 의존'은 아니다
중국계 주요주주가 있다고 해서 중국 사업 의존도가 높은 것도, 중국에서 많은 매출을 올린다고 해서 중국 자본에 의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국내 게임사마다 해외 매출 공개 기준이 다르고 관계회사 거래·퍼블리싱·IP 라이선스 공개 수준도 제각각인 데다, 중국계 주요주주가 없는 게임사도 중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5.5%로 국가별로 가장 높았다. 일례로 엠게임은 '열혈강호 온라인'이 중국 시장에서 장기간 서비스되고 있으며, 회사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성과를 2025년 실적 성장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중국 시장 의존도와 중국 자본 의존도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중국 시장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과 중국계 자본이 주요주주로 들어온 상태에서 같은 기업집단이 핵심 IP의 퍼블리싱이나 사업 파트너까지 맡는 것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전 숭실대 교수)은 “국내 게임산업도 새로운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더라도 우리의 IP를 지키고 거기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자본을 활용해 오히려 국내의 기술과 IP,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만 보면 크지 않아 보여도 실제로는 매출이나 핵심 게임의 퍼블리싱까지 중국 자본과 연결된 경우가 있다"며 "위메이드처럼 경영권 거래에 중국 게임사가 핵심 투자자로 참여하는 사례가 나온 만큼, 지분구조뿐 아니라 매출·사업 구조에서 중국 자본과의 연결 정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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