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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K게임
김진욱 온라인총괄부 부국장
2026-07-10 08:15:00
20년 전 '문화콘텐츠' 선택…기술산업 된 게임과 정책의 엇박자
이 기사는 2026-07-09 10:08:0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욱 온라인총괄부 부국장] 2000년대 초반 게임산업은 대한민국 IT 산업의 미래로 불렸다. IT 버블이 꺼지던 시기에도 게임은 성장했다. 미래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을 창출했고, 나아가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첨단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분야였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대표 산업 중 하나였다. 지금의 'K-콘텐츠'라는 표현이 자리 잡기 전부터 게임은 사실상 첫 번째 K산업이었다.


그만큼 정부 부처 간 경쟁도 치열했다. 현재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당시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까지 게임산업을 맡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당시 사무관과 과장들을 만나 "게임은 어느 부처가 맡아야 하는 산업인가"를 두고 토론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결국 게임은 문화 콘텐츠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고 문체부가 주무부처가 됐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때의 선택이 과연 옳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K게임은 갈 길을 잃은 아이처럼 보인다. 한때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을 이끌던 산업은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한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력은 물론 자본력까지 앞세워 한국이 강점을 가졌던 모바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콘솔과 PC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높아진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은 중견 게임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문제는 시장만이 아니다.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정책 체계 역시 게임의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게임 개발은 대표적인 프로젝트 산업이다. 신작 출시와 대규모 업데이트 시기에는 인력을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다. 업계가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영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만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속도전인데 국내 제도는 산업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원 규모를 보면 더욱 씁쓸하다. 게임은 K콘텐츠 수출의 약 60%를 책임지는 대표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년 전체 지원 예산 7050억원 가운데 게임 분야 예산은 733억원에 그친다. 수출은 60%를 책임지는데 예산은 10% 수준만 배정받는 구조다. 제작비 세액공제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30여년 일해 온 한 관계자는 "게임이 콘텐츠 수출의 60%를 책임진다면 예산도 그에 걸맞게 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진원의 순환보직 시스템에 대해 "음악을 담당하던 직원이 2년 뒤 영화를 맡고, 다시 방송을 담당하는 구조에서 게임산업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뼈아픈 지적을 한다. 게임은 기술과 플랫폼, 글로벌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가 결합된 복합 산업이다. 일반적인 문화 행정의 잣대로 접근하기에는 이미 산업의 규모와 속도가 달라졌다.


최근 위메이드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결정은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기업의 매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르의 전설’이라는 K게임을 대표했던 IP를 만든 중견 기업조차 국내에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무엇보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문화 콘텐츠가 아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그래픽 기술이 가장 먼저 상용화되는 디지털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산업이자 미래 성장산업이기도 하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강조했던 '기술산업' 관점이 지금의 게임산업에는 오히려 더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그런데도 정책은 여전히 게임을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25년 전 정부는 게임산업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경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산업은 정부의 관심 밖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K게임이 갈 길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산업 영역을 키우는 시스템이 부족한 집안에 K게임을 보낸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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