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최근 위메이드 인수전에서도 차이나머니가 핵심 자금줄로 등장하면서 K게임의 IP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위메이드 인수구조와 자금 출처, 핵심 IP의 향방을 추적하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자본·사업 의존도와 자본 유입 이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매출 상위 게임사 곳곳에 중국 자본이 핵심 주주로 자리 잡았다. 과반 지분으로 경영권을 쥔 액토즈소프트부터 최대주주 턱밑까지 올라온 시프트업, 20% 넘는 지분을 확보한 웹젠, 창업자와 별도 주주간계약까지 맺은 크래프톤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단순히 주식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게임의 퍼블리싱에 참여하거나 경영권 변동 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확보한 사례도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연간 매출 기준 국내 상위 상장 게임사 20곳을 분석한 결과, 현재 액토즈소프트·시프트업·웹젠·크래프톤 등 4곳에서 중국계 자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확인됐다. 이번 분석에서는 중국 본토 기업이나 중국 기업이 지배하는 해외법인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경우를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액토즈소프트 52.97%, 시프트업 34.60%, 웹젠 23.08%, 크래프톤 14%대 순이다. 그러나 실제 확보한 지위와 권리는 제각각이다. 액토즈에서는 중국계 자본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시프트업과 웹젠에서는 2대주주에 올라 있다. 크래프톤에서는 텐센트 계열사가 창업자와 경영권 변동에 관한 주주간계약까지 맺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게임사 킹넷이 경영권 인수자 측 핵심 투자자로 참여한 위메이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사와 연결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액토즈는 경영권, 시프트업·웹젠은 2대주주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곳은 액토즈소프트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액토즈소프트(엑토즈) 최대주주는 성취테크놀로지코리안(Shengqu Technology Korean Limited)으로 578만7191주, 지분 52.97%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저장센추리화퉁그룹 계열인 성취테크놀로지코리안이 과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조사 대상 20개사 가운데 중국계 자본이 최대주주로 과반 지분을 확보한 곳은 액토즈가 유일하다.
자본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중국 관계사와 연결돼 있다. 액토즈는 ‘미르의 전설2’를 중심으로 중국 셩취게임즈와 란샤 등과 오랫동안 사업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란샤는 액토즈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으며 IP 로열티 등 사업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계 자본이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확보한 데 이어 관계사를 통한 핵심 IP 사업까지 연결된 사례다.
시프트업에서는 중국계 자본이 최대주주 바로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 에이스빌(Aceville Pte. Ltd.)은 올해 반기 기준 시프트업 지분 34.60%를 보유한 2대주주다. 에이스빌은 텐센트 계열 투자회사다. 김형태 대표를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42.40%와의 격차는 7.80%포인트에 불과하다.
사업에서도 텐센트 계열사와의 연결고리가 있다. 텐센트 계열 프록시마베타는 시프트업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퍼블리싱에 참여하고 있다. 텐센트 계열사가 30%가 넘는 지분을 가진 2대주주인 동시에 같은 기업집단의 다른 계열사가 핵심 게임의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셈이다.
웹젠에서도 중국계 자본은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펀게임 인터내셔널(FunGame International Limited)은 웹젠 지분 23.0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김병관 전 국회의원의 지분율은 31.97%로 두 주주의 지분율 격차는 8.89%포인트다. 펀게임은 중국 게임사 아워팜(OurPalm) 계열이다.
웹젠은 ‘뮤(MU)’ IP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퍼블리싱·라이선스 사업을 벌여왔다. 다만 중국계 2대주주인 펀게임의 지분 보유와 개별 중국 업체와의 IP 사업은 계약 상대방과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지분관계와 사업관계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지분 밖 계약권까지…크래프톤은 창업자와 '태그얼롱'
크래프톤은 중국계 자본이 지분 밖의 계약상 권리까지 확보한 사례다. 반기보고서 기준 이미지프레임 인베스트먼트(HK)는 크래프톤 주식 664만164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프레임은 텐센트 계열 투자회사다. 보유 지분은 14%대로 장병규 의장에 이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장 의장과 이미지프레임 사이의 주주간계약이다. 공시에 따르면 장 의장이 자신의 주식을 처분해 회사의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이미지프레임은 자신의 보유주식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을 갖고 있다.
이는 텐센트 측이 크래프톤의 경영권 변경을 저지하거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권리와는 다르다. 대신 창업자의 지분 매각으로 경영권이 바뀔 경우 텐센트 측도 같은 거래에 참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상 권리를 확보해둔 것이다. 중국계 자본과 국내 게임사의 연결고리가 단순 지분율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대목이다.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넷마블은 올해 반기 말까지 텐센트 계열 Han River Investment가 17%대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였지만 이후 보유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갔다. 매출 상위 20개사에서 중국계 자본이 모두 지분을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5% 이상을 보유한 4곳에서는 최대주주부터 2대주주, 주주간계약 당사자까지 서로 다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위메이드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중국 자본 참여가 진행되고 있다. 박관호 의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39.33%를 네오펄스에 92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네오펄스가 기존에 보유한 지분을 더해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네오펄스의 상위회사 네오스피어에는 중국 게임사 킹넷이 2억9800만달러를 투자해 49%를 확보할 예정이다. 넥스펄스가 나머지 51%를 보유하는 구조인 만큼 킹넷이 직접 위메이드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게임사가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 인수 주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앞선 투자계약을 통해 ‘미르의 전설’ IP 사업에도 참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소수지분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
국내 게임사에 들어온 중국 자본을 지분율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지분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며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인사권이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중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확보한 액토즈와 2대주주에 머물러 있는 시프트업이나 크래프톤은 상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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