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위메이드가 발행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위믹스달러'에서 약 76억원 규모의 토큰이 무단 발행됐다. 스테이블 코인 관련 컨트랙트 관리 권한이 탈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위믹스의 신뢰도와 향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발행 통제권' 자체 털려… 위메이드 "경로 추적 중"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 6시17분쯤 위믹스달러 관련 컨트랙트의 관리 권한이 탈취돼 총 522만달러(약 76억원) 상당의 위믹스달러가 무단 발행됐다. 위믹스달러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컨트랙트 관리자 권한은 토큰 발행량 조정 등 핵심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통상 지정된 소수의 주소에만 관리자 권한이 부여된다. 공격자는 이 권한을 이용해 대량의 위믹스 달러를 무단 발행한 뒤 위믹스 3만736개와 USDC.e 72만4198개로 교환했다.
USDC.e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다른 블록체인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도록 옮겨놓은 자산이다. 브릿지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자산을 옮길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통로다.
공격자는 브릿지를 통해 이더리움과 BNB체인으로 이동시킨 뒤, 일부 자산을 외부 네트워크와 중앙화거래소로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공격자가 실제 외부로 반출한 자산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약 72만 달러(약 10억원)로 추산된다.
위메이드는 이상 거래를 확인한 직후 ▲위믹스3.0 연결 브릿지 일시 중단 ▲체인링크 CCIP 서비스 및 플레이 브릿지 중단 ▲백엔드 시스템 중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국내외 가상화폐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도 공격자 지갑과 관련 자산의 동결을 요청했으며, 현재 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소를 식별해 온체인 추적을 하고 있다. 주요 거래소와 블록체인 보안 업체들과 협력해 탈취 자산의 이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법 집행 기관과도 공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해킹 1년 5개월 만에 재발…시장 신뢰 하락 불가피
위믹스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해 2월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약 1년 5개월만이다. 당시 '플레이 브릿지 볼트' 해킹으로 약 865만개의 위믹스코인(당시 약 90억원)이 비정상적으로 탈취됐다. 이후 해당 사실을 뒤늦게 공지하면서 공시 지연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6월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로 이어졌고, 위믹스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업계 안팎에선 스테이블코인의 중추 역할을 하는 '컨트랙트 통제권' 자체가 탈취됐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브릿지의 취약점을 노린 수법과 달리 발행 권한이 공격자 손에 넘어가 담보 자산 없이도 신규 토큰을 무제한 생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페깅'이 생명인데, 발행사가 발행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건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근간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위믹스달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디페깅 현상을 겪으며 준비자산 건전성과 상환 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이미 가치 안정성 논란이 누적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고는 위믹스달러의 신뢰도에 사실상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는 현재 조사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및 스테이블코인 전담 조직이 축소된 것이 이번 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핵심 인력 이탈 속에서 시스템 전수 점검이나 내부 통제 역량이 느슨해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2024년 말 기준 3센터 11개실 체제로 운영되던 위믹스 및 블록체인 조직은 2025년 말 기준 4개 실 중심 체제로 축소 재편됐다. 이 시기 전사 차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핵심 인력 이탈도 이어졌다. 장현국 전 대표 재직 시절 100명 안팎이었던 블록체인 전담 인력은 최근 40명대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인프라는 코드가 한번 배포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너 키 관리와 모니터링에 끊임없는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주요 전담 인력이 줄어들고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내부 보안 절차가 형식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는 입법·규제 당국의 움직임과 맞물려 이번 사태의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단순한 준비자산의 안정성을 넘어,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성과 발행사의 내부 통제 수준을 한층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핵심 쟁점은 준비자산 건전성 및 발행사의 내부통제 체계"라며 "이번 사고의 경우 향후 당국의 규제 문턱을 대폭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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