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종합상사 현대코퍼레이션이 로봇 부품 제조업체 '로보터스'에 81억원을 투자하며 로봇 사업에 본격 발을 들인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23년 사업 목적 정관에 로봇 사업을 추가하며 로봇을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었지만,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로보터스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45만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1만8000원으로, 총 투자금액은 81억원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로보터스의 발행주식은 295만주로 늘어난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신주를 전량 인수하면 지분 15.2%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투자를 결정한 로보터스는 2004년 설립된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다. 6축 힘·토크 센서와 로봇 인터페이스, 군수용 원격조종장치 등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주력 제품은 힘·토크 센서다. 로보터스는 2016년 이 센서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고, 현재까지 전 세계 200여개 기업과 연구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힘·토크 센서는 로봇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감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나사 조이기나 부품 조립처럼 미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등에 주로 쓰인다.
현대코퍼레이션이 로보터스에 투자한 것도 힘·토크 센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 측은 "로봇 기술을 미래 유망 기술로 보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국내 강소기업과 협업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한다는 기존 사업 방향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힘·토크 센서가 향후 휴머노이드와 협동로봇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현대코퍼레이션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내디딘 본격적인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해 7월 지분 77.6%를 인수한 자동차 부품업체 루치노바(옛 시그마)가 협동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회전형 3손가락 그리퍼’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로봇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로봇 산업은 현대코퍼레이션이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진 분야다. 2023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산업·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을 추가하며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내부적으로도 로봇 산업에 대한 학습과 검토를 이어왔다.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와 한재권 한양대 교수 등 로봇 전문가를 초빙해 임직원 교육을 진행했고, 사내 미래기술 연구·스터디 프로그램인 ‘H.I.LAB’에서도 로봇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정관 변경과 내부 연구에 머물렀던 로봇 신사업 구상이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실제 투자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로보터스 투자를 시작으로 로봇 분야의 투자와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 “경쟁력 있는 국내 로봇 기술기업을 추가로 발굴하고, 종합상사로서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들의 해외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로봇 사업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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