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단서가 되면서 30년 넘게 베일에 쌓였던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 받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비자금과 관련해 노 관장 측에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김 여사 자택과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위 등을 살폈다. 동아시아문화센터 관계자와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단초는 노 과장이 최 회장과의 재산분할 소송에서 제시한 자료다. 노 관장은 지난 2024년 항소심에서 부친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의 액수가 적힌 김 여사의 메모 등을 근거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측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비 요청에 응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뿐 비자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금에 대한 의문은 1995년 비자금 수사 당시부터 제기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밝힌 금액 외에 김 여사와 친인척이 별도로 관리하는 돈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1997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했고, 약 15년이 지난 2013년에야 모두 납부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 여사와 관련된 수상한 금융거래는 계속해서 드러났다. 2005년 검찰은 김 여사 명의 시중은행 계좌 두 곳에서 11억9900만원을 발견했다. 2002년과 2004년 현금으로 입금된 돈으로,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족들이 모은 자금이라며 미납 추징금을 갚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후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도 김 여사가 2000~2001년 사이 타인 명의로 농협중앙회 보험상품에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수사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대상은 공익재단 출연금이다. 5·18기념재단 고발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6~2021년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47억원을, 2022년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문화센터 자산은 2012년 한중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당시 5억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김 여사로 출연금으로 2023년말 기준 152억원까지 늘어났다. 기념재단은 일가의 은닉 비자금 규모를 1266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향후 노 관장이 출석하면 우선 메모의 작성 시기와 진위, 자금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금 조성 과정과 재산은닉·역외탈세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도 다시금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금의 실체가 확인되면 내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독립몰수제를 통한 국고 환수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법죄수익은닉몰수법 개정안은 범인이 사망 또는 국외도피·소재불명 등으로 기소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원이 범죄수익만 별도로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