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시프트업이 ‘스텔라 블레이드’의 무대를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PC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2까지 넓힌다. PS5 독점작으로 출발한 자체 지식재산권(IP)을 멀티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직접 유통할 수 있는 퍼블리싱 역량도 내재화한다. 개발 중심 회사에서 글로벌 시장에 게임을 직접 선보일 수 있는 게임사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지난 1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 2026’ 기간 중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랫폼 확대와 자체 퍼블리싱 전략을 공개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랫폼 확장은 PS5에서 PC를 거쳐 스위치2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PS5로 처음 출시된 데 이어 PC 버전도 선보였으며, 이번 TGS에서는 ‘스텔라 블레이드 컴플리트 에디션’ 스위치2 버전을 세가·아틀러스 부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 시연한다. 김 대표도 20일 특별 무대에 오른다. PC판은 출시 사흘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며 플랫폼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위치2를 다음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이용자층과 개선된 하드웨어 성능이다. 기존 콘솔·PC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를 접하지 않았던 닌텐도 이용자까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데다 휴대성이 더해져 플레이 환경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스위치2가 나왔을 때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개발을 시작했다”며 “기존 플랫폼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TV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침대나 외부에서 곧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휴대성도 스위치2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식 과정에서 가장 우선한 것은 그래픽 품질보다 스텔라 블레이드 특유의 ‘액션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막고 반격하는 전투가 핵심인 만큼 하드웨어 사양에 맞춰 그래픽을 일부 조정하더라도 안정적인 프레임과 조작 반응은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최적화를 진행했다.
모드별 해상도와 업스케일링 방식을 조정하고 프레임 안정성과 컨트롤러 반응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캐릭터 표현과 움직임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업스케일링 기술(DLSS·FSR)도 활용했다.
김 대표는 “거치 모드와 휴대 모드의 사양을 고려하면 일부 타협이 불가피했다”면서도 “화질 저하를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게임 본연의 액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플랫폼 확대에 따른 콘텐츠 표현 변화도 최소화했다. 의상과 주요 연출은 기존 버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일부 절단면의 혈흔을 어둡게 하고 기계적인 표현을 강조한 정도만 달라졌다. 포토 모드 역시 기기 해상도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면 기존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
스위치2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조이콘2 특성에 맞춰 햅틱 피드백을 조정하고 모션 기능을 활용한 낚시와 마우스 모드를 이용한 미니게임 등을 구현했다. 본편의 핵심 조작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브 콘텐츠에서 스위치2의 하드웨어 특성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랫폼 확대는 시프트업의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스위치2 출시는 시프트업이 자체 퍼블리싱 역량을 점검하는 첫 무대다. 회사는 약 1년 전부터 관련 조직과 사업 체계를 준비해왔다.
모든 유통 과정을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회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내재화한다. 자체 개발작과 자회사 언바운드의 패키지 신작은 온라인 유통을 직접 맡는 한편 지역별 패키지와 한정판 판매는 전문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종의 ‘선택적 퍼블리싱’ 전략이다.
김 대표는 “모든 걸 무조건 직접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고 더 잘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직접 퍼블리싱은 운영 역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추진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스위치2 최적화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과 경험은 향후 신작 개발에도 활용한다. 차기작의 플랫폼 전략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특정 플랫폼을 처음부터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멀티플랫폼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각 플랫폼에서도 게임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가지 않을 영역을 정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술력과 이용자가 있다면 어디든 가겠지만 품질을 희생해야 한다면 게임을 우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이후 개발진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인공 ‘이브’는 개발 당시 이용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성격을 의도적으로 강하게 설정하지 않았지만, 팬들은 오히려 이브의 순수함과 정직함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착하다는 것도 강한 개성이라는 점을 이용자들이 찾아줬다”며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는 것은 플레이어의 손에 넘어간 뒤부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프트업이 현재의 플랫폼·퍼블리싱 확장 전략에 나설 수 있었던 출발점에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둘러싼 초기의 선택이 있었다. 개발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글로벌 콘솔 패키지 게임에 도전하는 데 대한 시장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회사가 월급을 석 달 정도밖에 줄 수 없었고 투자자들로부터 ‘손익분기점(BEP)도 맞추기 어려운 리스크를 왜 안고 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스텔라 블레이드를 포기하고 다른 장르를 만들면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의 생존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콘솔 게임은 PS5를 거쳐 PC로 플랫폼을 넓혔고 이제 스위치2 출시와 자체 퍼블리싱이라는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개발사의 선택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인 이용자들의 선택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 건 이용자들의 선택이었고, 스텔라 블레이드를 계속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됐다”며 “한국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들이 나오면서 업계 판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만드는 것 또한 결국 이용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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