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조치가 5년 더 유지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반덤핑 조치를 종료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결정이 시장 반등을 이끌기엔 어렵고,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업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결국 건설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17일 제477차 회의에서 중국산 H형강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덤핑방지조치가 종료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5년간 라이우스틸과 르자오스틸에는 가격약속을 유지하고, 기타 공급자에는 28.23~32.72%의 덤핑방지관세를 연장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중국산 봉강에 대해서는 25.08~27.96%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이러한 반덤핑 조치가 국내 철강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라고 보고 있다. 봉형강 사업의 국내 주요 생산업체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으로, 이번 2차 재심사도 지난해 9월 양사의 요청으로 개시됐다.
실제 지난해 동국제강의 봉형강 내수 매출은 전체 매출의 62.1%를 차지하며 1조989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봉형강 내수 매출도 내부거래를 포함한 전체 매출의 22.8%인 5조964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H형강은 단면이 영문자 H형태를 띠는 구조용 강철로, 빌딩과 공장 등 기둥재를 비롯해 아파트·지하철·교량 등에 사용된다. 현재 중국산 H형강은 국내산보다 통상 20~30%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고객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낮은 제품을 우선 선택하는 경향이 커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 위험이 높아진다.
여기에 중국산 철강의 품질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품질 문제로 중국산 제품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산과의 품질 격차가 줄어들어 가격 경쟁력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가 종료된다면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제한 없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시장 가격 왜곡을 막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등 공정한 무역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만으로 H형강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철스크랩과 유가 등 원재료·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건설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봉형강 업황 역시 반덤핑 조치만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이 늘면서 봉형강에 대한 국내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대규모 주택 공급이나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교하면 전체 수요를 견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계가 궁극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건설 경기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국내 건축착공연면적은 2021년 1억5882만㎡(4800만평)에서 지난해 8006만㎡(2420만평)로 49.6% 감소했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봉형강 수요 기반 자체가 크게 위축된 셈이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전반적인 철강 수요가 늘어날 뿐 아니라 납기와 공급 안정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산 제품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금리 인하와 글로벌 경기 회복 등 거시경제 여건도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2021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0.00~0.25% 수준이었다.
이후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3.50~4.50% 수준까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철강 수요가 개선되고 중국의 수출 압력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덤핑 조치는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며 “봉형강 업황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여전히 국내외 건설 경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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