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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투표로 정하는 공모가
노우진 기자
2026-09-21 08:25:00
IPO 수요예측 참여 기관은 2000곳 이상, 검증능력 한계…고평가 논란 야기
이 기사는 2026-09-18 08:36:05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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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기업공개(IPO)에서 수요예측은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를 놓고 기관투자가가 각자 산출한 가격과 원하는 수량을 적어내는 절차다. 여기서 모인 주문을 토대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전문 투자자 집단의 판단을 바탕으로 적정 가격을 정하기 위한 절차다.


개인투자자가 기준으로 삼는 공모가는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값이다. 가격이 밴드 어디에서 결정됐는지, 경쟁률은 어느 수준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기관이 상단 혹은 하단 가격을 써냈는지를 본다. 이 숫자들은 시장이 검증을 마쳤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수의 기관이 계산기를 두드려 제값을 매겼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 숫자가 적절한 가격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취재원이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 속 풍경은 그 믿음과 거리가 있었다. 텔레그램에 개설된 대화방에는 수요예측 기간마다 투표가 올라온다. 선택지는 단출하다. 밴드 상단, 밴드 하단, 여기에 기껏해야 중간 가격대, 기타 정도. 클릭하면 집계가 끝난다. 참여자들은 가장 투표율이 높은 선택지를 확인하고 그대로 써내는 식이다.


수요예측 참여 자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기관에 열려 있다. 코스닥시장 입성을 위해 지난 15일 마무리된 브릴스의 수요예측에는 2181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자체 리서치 역량을 갖춘 곳은 손에 꼽힌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형 운용사를 제외하면 기업가치를 독자적으로 산출할 조직도, 인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투자가의 사정도 있다.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가격을 써내서는 안 된다. 밴드 상단, 상단 초과에 주문이 몰리는 상황에서 혼자 낮은 가격을 써내면 배정에서 밀린다. 텔레그램 투표는 다른 기관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창구인 셈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개인투자자는 손실에 노출된다. 평가가 생략된 주문이 밴드 상단에 쌓이면 공모가도 그 수준에서 확정된다. 청약 창구에 걸리는 숫자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최근 상장한 기업 중 니어스랩, 기도산업, 케이앤에스아이앤씨, 딜리셔스 등은 공모가를 밴드 상단에 확정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화살은 두 곳으로 향한다. 값을 높게 부른 발행사, 그 근거를 만든 주관사의 합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그 가격을 받아준 기관은 명단에서 빠져 있다. 수요예측은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밸류에이션을 기관이 되짚는 절차로 설계돼 있다. 이 과정이 텔레그램 투표로 대체되면 검증 단계는 형식만 남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주인공을 상징하는 대사다. 이는 기관투자가, 즉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전문 투자 집단에도 적용된다. 기관에 수요예측 참여 자격이 주어진 근거는 평가 능력이다. 투표로 정한 숫자에는 그 근거가 담겨 있지 않다.

IPO 수요예측은 어떤 방식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거야?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를 바탕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각자 산출한 가격과 원하는 수량을 적어내는 절차예요. 이 주문을 토대로 최종 공모가가 확정돼요.
기관들이 기업가치를 직접 분석하지 않고 텔레그램 투표를 활용한다는 게 사실이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밴드 상단, 하단, 중간 가격대 등을 투표로 결정하고, 참여자들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선택지를 그대로 주문에 써내는 방식이 있어요. 지난 15일 마무리된 브릴스의 수요예측에는 2181곳의 기관이 참여했는데, 일부 대형 운용사를 제외하면 독자적인 리서치 역량이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는 지적이 있어요.
기관들이 왜 제대로 된 분석 대신 투표 결과에 따라 주문을 넣는 거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예요. 밴드 상단이나 상단 초과에 주문이 몰리는 상황에서 혼자 낮은 가격을 써내면 배정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텔레그램 투표를 다른 기관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거예요.
이런 방식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입는 피해나 실제 사례가 있어?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책정되어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최근 상장한 니어스랩, 기도산업, 케이앤에스아이앤씨, 딜리셔스 등은 공모가를 밴드 상단에 확정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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