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취임 두 달을 갓 넘긴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조직 분할이라는 대형 과제에 직면했다. 취임 직후부터 주택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한 가운데 개발과 자산관리 기능을 둘로 나누는 작업까지 동시에 지휘해야 한다. 조직을 쪼개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주문한 공급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이 사장 임기 초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H의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자산관리 기능을 분리해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이상 가칭)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은 개발공사가, 임대주택 등 자산의 보유·관리와 주거복지는 자산공사가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정부가 기능 분리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지만 세부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LH가 보유한 자산과 부채부터 진행 중인 사업, 계약상 권리·의무, 인력과 조직 등을 어느 공사에 배분할지 정해야 한다. 관련 법률 개정과 신설 공사 출범까지 감안하면 이 사장이 임기 초반 상당 부분을 조직 재편에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조직개편과 별개로 주택공급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LH 직접시행을 확대하면서 LH가 직접 책임져야 할 주택공급 물량과 역할은 오히려 확대된 상태다. 분할 준비를 이유로 택지조성이나 발주, 착공 등 기존 사업 일정을 늦추기 어려운 이유다.
이는 이 사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경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지난 7월 취임하면서 주택공급 속도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인허가와 보상, 조성공사 등 사업 전 과정을 혁신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성과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한 달 뒤 열린 첫 간담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꺼냈다. 보상 인력을 확충하고 기존에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사업 절차 가운데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업무를 병렬화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택지와 도심에서 주택공급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구상이다.
하지만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경영 여건은 한층 복잡해졌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존 업무체계 혁신과 동시에 향후 개발공사와 자산공사의 업무 경계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LH 내부에서 한 조직이 수행하던 사업도 분할 이후에는 사업 단계에 따라 두 공사의 손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대표적이다. 택지조성과 주택건설은 개발공사가 담당하더라도 준공 이후 임대주택 자산은 자산공사로 넘어가는 구조가 예상된다. 개발 단계와 자산 보유 단계 사이에 업무가 끊기지 않도록 두 기관의 협업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조직 분할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이 사장의 몫이다. LH 노동조합은 정부의 분리 방안에 반발하며 8000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을 포함한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직 분리가 인력 이탈과 업무 혼선을 불러 주택공급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동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사장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LH 개혁 과정에서 직원 사기가 떨어져 주택공급 속도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분할 방안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는 작업이 공급 목표 달성과 맞물린 셈이다.
이 사장은 1996년 공직에 입문해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정책과장과 지역정책과장, 기술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경기도 건설국장과 국토부 정책기획관을 지냈으며 LH 취임 직전에는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정책을 설계·조율하던 관료에서 실제 주택공급을 수행하는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취임 두 달여 만에 LH를 둘로 나누는 작업까지 맡게 됐다.
현재로선 분할 이후 이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LH가 개발공사와 자산공사로 나뉜 뒤 이 사장이 어느 공사의 수장을 맡을지, 신설 공사 출범에 맞춰 별도의 사장 선임 절차를 밟을지 등 최고경영자 체제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분할 이후 본인의 역할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신설 공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공급 확대를 지휘해야 하는 셈이다.
당장 조직개편 작업은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LH 조직개편 킥오프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다. 개발공사와 자산공사의 조직·인력, 사업과 자산·부채를 나누면서 기존 공급 일정을 유지하고 내부 갈등까지 조율하는 것이 이 사장의 임기 초반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LH 관계자는 "현재는 개발공사와 자산공사로 기능을 분리한다는 방향만 정해진 단계로 이성훈 사장이 분할 이후 어느 기관의 사장을 맡게 될지 등 인사와 관련한 사항도 결정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조직과 인력, 사업 배분 등은 향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