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주택 매매가격과 세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집값이 사실상 제자리인 가운데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주택가격 조정에도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3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와 월세는 각각 0.35%씩 상승했다.
매매와 임대가격의 온도차는 지방에서 더 뚜렷했다. 8월 지방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3% 오른 반면 전세는 0.09%, 월세는 0.13% 상승했다. 월세 상승률이 매매 상승률의 네 배를 웃돈 셈이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8%보다 6.5%p 높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52.4%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 중심이었던 국내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월세는 ▲6월 +0.96% ▲7월 +0.94% ▲8월 +0.82%를 기록했다.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금액도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주택 평균 월세는 127만9000원이었다. 8월에는 131만3000원으로 두 달 사이 3만4000원 상승했다.
서울 내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낮았던 지역도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 8월 성북구 월세가격은 전월보다 1.54%, 노원구는 1.49%, 도봉구는 1.14% 상승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 0.82%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임대차 공급 부족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지난 4월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asil)에 따르면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당일 4만4055건이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지난 4월 2만9720건으로 32.5% 감소했다.
특히 전세 매물은 37.6% 줄어 월세 매물 감소율 26.2%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서울 전역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적용되면서 세입자를 둔 채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저점보다는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940건으로 1년 전 2만2966건보다 13.2% 줄었다. 임대차 수급도 빠듯한 수준ㅇ르 보였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10월 157.7에서 올해 3월 172.4로 상승했다.
주택 매매는 금리와 대출규제, 향후 집값 전망 등에 따라 수요가 크게 움직인다. 반면 전월세 수요는 실제 거주 목적의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올랐고,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세입자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주거 부담도 같이 줄어든다고 본다. 하지만 집을 매수하지 않는 가구가 임대시장에 머무르고 전세 공급까지 부족해지면 월세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현재 지방 일부 지역이 대표적이다. 매매가격은 떨어지거나 사실상 제자리인데도 전세와 월세는 동시에 오르고 있다. 주택가격 조정이 세입자의 주거비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월세 상승폭은 지난 6월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월세 가격 자체는 계속 오르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만으로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에서는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여도 임대시장에서는 세입자의 부담이 계속 커지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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