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OK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의 1.7배에 달하는 4000억원을 모회사에 배당하면서 배당 규모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당 이후에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규제 지표는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같은 반기 말 저축은행중앙회 차입금이 2195억원으로 늘고 유동성비율도 전년 동기보다 50%포인트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앙회 차입금 가운데 495억원은 '유동성 부족이 지속될 때' 공급하는 유동지원대출이었다.
수신 증가도 특수관계자 자금에 의존했다. 상반기 전체 예수부채가 2317억원 증가하는 동안 특수관계자 예금은 이보다 많은 2646억원 늘었다. 상반기 순이익보다 유가증권 순처분이익 규모가 컸다는 점까지 맞물리면서 규제상 자본·유동성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4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이 당시 재무여력에 비춰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익보다 1709억 더 배당…자본 2428억 감소
18일 반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29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지급한 현금배당은 4000억3087만원으로 순이익보다 1709억원 많았다. 상반기에 벌어들인 이익의 약 1.7배를 주주에게 지급한 셈이다. 배당금은 OK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OK홀딩스대부가 받았다.
대규모 배당은 자본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1조8397억원이던 자본총계는 6월 말 1조5969억원으로 반년 만에 2428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순이익 2291억원이 자본에 더해졌지만 현금배당으로 4000억원이 빠져나갔고,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719억원도 반영된 결과다.
자본 감소에도 규제상 자본적정성에는 여유가 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5월 배당 이후에도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6월 말 BIS 자기자본비율은 13.88%로 법정 기준인 8%를 웃돌았다. 규제 기준만 놓고 보면 배당 이후에도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규제 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4000억원이라는 배당 규모가 당시 자본과 향후 자금 수요에 비춰 적정했느냐다. 순이익을 1700억원 이상 웃도는 자금을 모회사에 지급한 같은 반기 중앙회 차입이 발생하고 특수관계자 예금이 급증했다는 점에서다.
◆중앙회 차입 0→2195억…유동지원대출도 495억
올해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조달한 자금은 2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는 중앙회 차입금 잔액이 없었다. 2195억원은 유동지원대출 495억원과 내국환담보대출 17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시상 두 대출의 만기는 모두 7월로 단기자금이다.
두 자금의 성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내국환담보대출은 내국환 업무와 관련해 담보를 제공하고 중앙회에서 조달하는 자금이다. 반면 495억원 규모의 유동지원대출은 중앙회의 단계별 유동성 지원 가운데 2단계 자금으로, 중앙회는 이를 '유동성 부족이 지속될 때' 공급하는 대출로 분류하고 있다.
4000억원 배당과 중앙회 차입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순이익을 크게 웃도는 자금을 모회사에 지급한 같은 반기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회 지원자금까지 이용했다는 점은 배당 당시 향후 자금 수요를 충분히 감안했는지 의문을 키우는 대목이다.
유동성 여력도 크게 줄었다. 6월 말 유동성비율은 124.63%로 전년 동기 177.70%보다 53.07%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비율은 단기간 갚아야 할 자금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규제 기준은 웃돌았지만 1년 사이 단기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큰 폭으로 낮아졌다.
◆수신 증가분보다 더 늘어난 특수관계자 예금
수신 구조에서도 특수관계자 자금 증가가 두드러졌다. 6월 말 전체 예수부채는 10조1891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9574억원보다 2317억원 증가했다. 예수부채는 예금 등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수신자금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특수관계자 예금은 19억원에서 2665억원으로 2646억원 급증했다. 전체 예수부채 증가액보다 특수관계자 예금 증가액이 329억원 더 많았다.
특수관계자 예금을 제외하면 수신 흐름은 오히려 감소세다.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예수부채는 지난해 말 9조9555억원에서 6월 말 9조9226억원으로 329억원 줄었다. 상반기 수신 증가가 사실상 특수관계자 자금에 의해 이뤄진 셈이다. 특수관계자에는 OK홀딩스대부와 OK캐피탈 등 계열사 외에 장학재단과 주요 경영진 등이 포함된다.
배당의 재원이 된 상반기 이익의 구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매도가능증권 순처분이익은 2405억원으로 반기 순이익 2291억원보다 114억원 많았다.
이 가운데 2342억원은 유가증권 처분 과정에서 누적 평가손익이 실현된 금액으로 공시됐다. 순처분이익의 97.4%에 해당한다. 순이익과 유가증권 처분이익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반기 손익에서 유가증권 처분이익의 존재감이 컸던 것은 분명하다.
반면 이자수익은 감소했다. 상반기 이자수익은 5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6120억원보다 12.2% 줄었다. 이 가운데 대출채권 이자수익도 5855억원에서 5227억원으로 10.7% 감소했다.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모회사에 배당한 사이 자본은 2400억원 넘게 감소했고, 같은 반기 중앙회 단기차입과 유동지원대출 이용, 특수관계자 예금 급증이 동시에 나타났다. 여기에 순이익보다 큰 유가증권 처분이익까지 고려하면 규제비율 충족만으로 4000억원 배당의 적정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상 자본비율을 충족했다고 해서 배당 규모까지 적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배당을 결정할 때는 당기 실적뿐 아니라 향후 자금 수요와 유동성 여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순이익을 크게 웃도는 배당과 같은 반기 중앙회 유동지원대출 이용이 함께 나타난 만큼 배당 규모가 적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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