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증시가 달아오른 사이 다올금융그룹에서 뜻밖의 계열사가 실적 선두에 섰다. 주인공은 증권사가 아니라 저축은행이다.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적자까지 냈던 다올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2.6배를 벌어들이며 다올투자증권의 별도 순이익까지 앞질렀다. 부실자산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조달비용이 줄어든 데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크게 늘면서 실적 반등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다올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9억원으로 전년 동기(41억원) 대비 165.9% 급증했다. 이는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42억원)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그룹 내 증권 계열사의 실적을 넘어선 점이 눈길을 끈다. 다올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58억원으로 다올저축은행(10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결 실적에서도 저축은행의 이익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다올투자증권의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 조정 전 사업부문별 순이익을 보면 저축은행업이 119억원으로 금융투자업(81억원), 집합투자업(113억원), 기타투자업(26억원)을 모두 웃돌았다. 자산총계 기준 업계 6위인 다올저축은행이 그룹 내 주요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낸 셈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저축은행 지분 60.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다올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저축은행 외에도 다올자산운용·다올프라이빗에쿼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실적 반등에는 PF 부실자산 정리 과정에서 발생했던 비용 부담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2026년 상반기 대출채권처분손실은 317억원으로 1년 전(413억원)보다 23.2% 축소됐다. 대출채권처분손실은 대출채권을 장부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거나 상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로 회계상 비용에 반영된다. 부실채권 정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비용 부담이 전년보다 완화되면서 순이익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비용 감소도 수익성 회복을 뒷받침했다. 상반기 다올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573억원으로 전년 동기(664억원) 대비 13.7% 감소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등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낮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달금리는 저축은행이 예금이나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부담하는 평균 금리를 의미한다.
비용이 줄어드는 사이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다올저축은행의 유가증권평가처분이익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17억원)보다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평가처분손실도 15억원에서 3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이익 증가폭이 손실 증가분을 크게 웃돌았다. 단순 차감한 유가증권 평가·처분 관련 순이익 규모는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2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PF 충격 이후 비용 구조가 개선되고 투자자산에서도 이익이 발생하면서 다올저축은행은 2023년 적자 전환 이후 가장 빠른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772억원, 66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2023년 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4547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 순이익을 42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크게 넘어선 만큼 현재의 이익 창출력이 이어질 경우 연간 순이익 200억원 돌파도 가능하다. 단순 연환산하면 약 218억원으로, 2022년 이후 4년 만에 세 자릿수 연간 순이익을 회복하게 된다. 다올저축은행이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낼 경우 2023년 PF 사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PF 사태 이후 이어진 부실자산 정리도 자리 잡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은 2023년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사업장 부실이 확산하면서 관련 여신 연체율이 급등했고 대손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부동산 관련 연체율은 2024년 정점을 찍은 뒤 고점에서 크게 내려왔다. 부동산 업종별(PF대출·건설업·부동산업) 신용공여액 연체율은 2021년 0.9%에서 2022년 2.3%, 2023년 6.78%로 상승한 뒤 2024년 16.7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에는 5.93%까지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7.13%로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1.20%포인트 높아졌지만 2024년 고점과 비교하면 9.5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부실채권 역시 PF 사태 당시 고점에서는 상당 부분 축소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소폭 증가해 추가적인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말 다올저축은행의 고정이하분류여신은 1844억원으로 전년 동기(1926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말 1703억원과 비교하면 8.3%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2021년 629억원, 2022년 867억원에서 2023년 2222억원으로 2.6배 급증했고 2024년에는 297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지난해 말 1703억원까지 줄어든 뒤 올해 상반기 184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2024년 말 고점과 비교하면 38.0% 낮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은 자산건전성 분류상 연체 3개월 이상 등 부실 징후가 있는 여신 가운데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을 의미한다. 차주가 채무를 상환해 건전성 분류가 상향되거나 부실채권 매·상각 등으로 해당 여신이 장부에서 제거되면 규모가 줄어든다.
다올저축은행은 부실채권 정리와 함께 충당금 적립 수준을 유지하며 손실흡수력 관리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대손충당금은 1423억원으로 전년 동기(1346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지난해 말(1348억원)과 비교해도 5.6% 늘었다. 올해부터 다중채무자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된 점도 충당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도별 대손충당금은 2021년 1081억원, 2022년 1182억원에서 PF 사태가 본격화된 2023년 1643억원으로 1년 새 39% 증가했다. 이후 2024년 1526억원, 2025년 1348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상반기 1423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단순히 고정이하여신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규모는 고정이하여신의 약 77.2%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은 적립 시 비용으로 인식돼 단기적으로 순이익을 낮추지만 실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흡수해 추가적인 비용 발생과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관건은 상반기에 확인된 이익 회복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대출채권 처분손실과 이자비용 감소는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한 유가증권 관련 손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이 지난해 말보다 다시 높아진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다올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이어온 체질 개선의 효과가 상반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올 한 해 무리하게 자산을 확대하기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자산을 선별화하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올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자산총계는 4조2356억원으로 자산 기준 업계 6위다. 유진저축은행을 전신으로 두고 있으며 2021년 말 다올투자증권(옛 KTB증권)에 인수된 후 이듬해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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