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무산 문턱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KBI국인산업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철회했지만 상상인과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은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양측은 9월21일까지 계약 연장과 세부 조건을 다시 논의한다. KBI국인산업이 승인 재신청에 나설지, 금융당국과 협의한 인수 이후 자본확충 방안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거래의 다음 관문이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처분 예정일을 기존 8월 31일에서 9월21일로 변경했다. 상상인은 변경된 처분 예정일이 거래 종결 예정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KBI국인산업과 계약 유지 여부 및 조건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상인은 지난해 10월 KBI그룹 계열사 KBI국인산업에 상상인저축은행 주식 1224만1주를 1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90.0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일정 변경이 주목받는 것은 KBI국인산업이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상상인저축은행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자진 철회한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승인 신청 철회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매각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매각 일정이 반복해서 미뤄진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당초 올해 3월 말이었던 거래 종결 예정일은 4월 말과 8월 말로 두 차례 연장됐다. 여기에 주식취득 승인 신청까지 철회되면서 기존 일정과 인수 계획에 따라 거래를 종결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KBI그룹 측은 신청을 철회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과의 심사·협의 과정에서 대주주적격성과 인수 이후 자본확충과 경영계획 등을 놓고 추가 논의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렇다고 승인 신청 철회가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KBI그룹은 상상인과 맺은 계약을 유지한 채 조건을 다시 협의해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KBI그룹 관계자는 “원활한 인수 절차 진행을 위해 상상인그룹과 계약 기간 연장 및 세부 조건을 재협의해 인수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의 1차 분수령은 이달 21일이 될 전망이다. 양측이 계약 연장과 조건 변경에 합의해 인수를 이어가기로 하면 KBI국인산업은 금융당국에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반대로 재협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어느 한쪽이 서면으로 통지해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취득 승인 신청 철회와 주식매매계약 해제는 별개”라며 “양측이 계약 조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만큼 현 단계에서 거래 무산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KBI국인산업의 승인 재신청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BI국인산업이 승인 재신청에 나선다면 다음 관문은 인수 이후 자본확충 계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I그룹에 따르면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방안이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고, KBI 측도 자본확충 필요성에 동의했다. 구체적인 증자 규모와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업권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이 큰 점도 자본확충 계획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27.16%에서 올해 상반기 18.51%로 8.65%포인트 하락했지만 업권 평균인 8.16%보다 10.35%포인트 높다. 연체율도 14.23%로 업권 평균 6.26%의 두 배를 웃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2376억원이다. 상반기 순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186억원보다 29.5% 감소했다. 인수 이후 부실자산 정리와 자본적정성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매매대금 1107억원 외에 KBI그룹이 어느 정도의 추가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지가 승인 재신청 과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KBI그룹이 저축은행 인수 이후 자본을 투입한 전례도 있다. KBI그룹은 앞서 자산 규모가 비교적 작은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라온저축은행과 자산 규모와 인수 당시 재무상황 등이 달라 당시 증자 규모를 이번 거래에 단순 적용하기는 어렵다. 건전성 지표가 여전히 업권 평균을 크게 웃도는 만큼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자본확충 계획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주식취득 승인 신청까지 철회된 만큼 이번 일정 변경을 단순한 절차 지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KBI그룹이 인수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양측이 자본확충 방안을 비롯한 세부 조건에서 접점을 찾고 승인 재신청에 나설지가 최종 거래 성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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