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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털어낸 KB뱅크, 이제 '진짜 흑자' 만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2026-09-18 07:00:00
LAR 60%대→20%대로 낮춰…코리아 링크·우량자산 앞세워 2028년 PPOP 흑자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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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뱅크 인도네시아 전경. (사진=딜사이트)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지 6년. KB뱅크 인도네시아(KBI)는 지난해 현지 회계기준으로 연간 흑자를 냈지만 아직 ‘완전한 정상화’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부실자산 정리 등에 힘입은 회계상 손익 개선을 넘어 이자·수수료 등 은행의 경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비용을 감당하고 이익을 내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KBI가 스스로 정한 정상화의 다음 이정표는 2028년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PPOP) 흑자다.


지난 6년이 부코핀은행에서 넘어온 부실자산을 걷어내고 인력과 점포를 줄이는 ‘체질 개선’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좋은 자산을 늘려 본업의 이익 체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무작정 리테일과 중소기업(SME) 여신을 확대하기보다 홀세일 금융을 안정적인 기반으로 유지하면서 한국계 기업과 현지 우량기업, 검증된 리테일 차주를 선별해 자산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다.


◆LAR 60%→20%대…6년간 '부코핀 부실' 지웠다


한정호 KB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본점에서 딜사이트와 만나 “부코핀은행 인수 초기 60%대에 육박하던 잠재부실대출(LAR) 비율은 20%대까지 낮아졌고, 4년 연속 이어졌던 순손실도 지난해 현지 회계기준으로 첫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LAR은 이미 부실로 분류된 여신뿐 아니라 연체 또는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향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여신까지 포괄하는 지표다. 인수 초기 전체 여신의 절반을 훌쩍 넘는 자산이 잠재적인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KBI는 KB국민은행이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을 인수하며 인도네시아에 재진출한 뒤 2020년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현지 핵심 거점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2008년 현지 시장에서 철수한 뒤 10년 만에 인도네시아 은행업에 다시 진출했다.


경영권 확보 이후 가장 시급했던 과제는 외형 확대가 아니라 기존 부실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KBI는 부실채권에 대한 대규모 매각과 상각을 단행하고 대출 프로세스를 전면 정비했다. 5000명에 달했던 인력도 현재 2800명 수준까지 줄였다.


기업금융 중심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점포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홀세일(도매·대기업) 영업은 주로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통폐합해 비용구조를 낮추는 작업이었다.


KBI는 앞으로도 일부 비효율 점포를 추가로 정리하되 대규모 점포 감축은 일단락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남아 있는 170여개 전국 영업망을 리테일과 SME 고객을 확보하는 채널로 활용해 영업력을 다시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줄이는 정상화’에서 ‘남은 자산을 활용한 성장’으로 전략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셈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흑자까지 이뤘지만 KBI 내부에서는 아직 정상화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은행의 경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창출하는 이익을 보여주는 PPOP가 여전히 적자이기 때문이다. 부실 정리 효과를 넘어 본업에서 스스로 비용을 감당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로, KBI는 2028년 PPOP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줄이기 끝내고 '좋은 자산' 늘린다…코리아 링크 16배 성장


PPOP를 흑자로 돌리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실 가능성이 낮으면서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자산을 늘려야 한다. KBI가 정상화 이후 성장전략의 핵심을 ‘외형’보다 ‘자산의 질’에 두는 이유다.


현재 KBI 대출 포트폴리오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홀세일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SME와 리테일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다. 중산층과 저원가성 예금 기반이 충분히 두껍지 않은 현지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홀세일 비중을 크게 낮추고 리테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KBI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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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뱅크 인도네시아 본점 1층에 위치한 영업점. (사진=딜사이트)

이에 따라 홀세일을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유지하면서 KBI가 경쟁력을 갖춘 영역을 중심으로 우량자산을 선별해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장축은 한국계 기업 전담 조직인 ‘코리아 링크’다.


2021년 말 4000억루피아 수준이던 코리아 링크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6조7000억루피아까지 늘었다. 4년 만에 16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현지 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는 KB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구조화금융 역량을 활용해 한국계 기업 금융을 확대하고 전략산업 신디케이션(공동대출) 등에 참여한 결과다.


KBI는 코리아 링크를 통해 축적한 기업금융 역량을 현지 우량 대기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계 기업의 현지 금융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구조화금융 역량을 활용해 로컬 우량기업까지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부실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던 SME는 성장성이 높은 산업의 밸류체인과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선별해 다시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와 농업 등 뚜렷한 산업 생태계 안에 있는 기업이나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급망 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리테일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약 4%에 불과해 장기적인 성장 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KBI는 시장 확대 가능성만 보고 공격적으로 여신을 늘리지 않고 있다.


한 CSO는 “우량 은행들이 취급한 모기지 대출을 중심으로 대환대출 수요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며 “상대적으로 비우량 은행의 경우 대출 심사모델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량은행에서 이미 검증된 차주와 담보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코핀은행의 부실을 정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던 만큼 성장성이 높은 리테일 시장에서도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셈이다. 홀세일에서 SME와 리테일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되 과거처럼 외형 확대가 다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전략이다.


◆조달비용 낮추고 '원 KB' 시너지…본업 이익체력 키운다


우량자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PPOP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확보하느냐도 수익성을 좌우한다. KBI가 여신 확대와 함께 펀딩 코스트 개선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KBI는 기업금융 영업 과정에서 대출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 임직원의 급여이체 계좌까지 함께 유치하는 ‘관계형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대출을 저원가성 예금(CASA) 확보로 연결해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외화 조달원도 넓혔다. KBI는 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해 모행이나 현지 예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외화 조달 경로를 확보했다. 현지 수신 기반 확대와 시장성 조달을 병행해 자금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는 셈이다.


KBI의 정상화는 은행 한 곳의 체질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KB금융은 KBI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보유한 은행·증권·보험·멀티파이낸스 등 금융계열사의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지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현지 IT 법인을 금융지주회사(PIKK)로 전환해 인도네시아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추가적인 비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기보다 현재 보유한 계열사의 고객과 상품, 영업망을 연결해 시너지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는 방침이다.


은행에서 확보한 기업 고객을 증권·보험·멀티파이낸스 등 다른 계열사와 연결하고 반대로 비은행 계열사의 고객을 은행의 예금·대출 고객으로 끌어오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KBI의 수익 기반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KBI가 바라보는 정상화의 종착점은 단순한 순이익 흑자가 아니다. 지난 6년간 LAR을 낮추고 인력과 점포를 줄이며 부코핀은행에서 넘어온 부실의 흔적을 걷어냈다면, 이제는 우량자산 확대와 조달비용 개선을 통해 본업만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현지 회계기준 연간 흑자에 이어 KBI가 다음 이정표로 제시한 숫자가 ‘2028년 PPOP 흑자’인 이유다.

KB뱅크 인도네시아(KBI)가 부실을 털어내고 흑자를 기록했다는 게 맞아?
네, KBI는 지난해 현지 회계기준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어요. 인수 초기 60%대에 육박하던 잠재부실대출(LAR) 비율을 20%대까지 낮췄고, 4년 연속 이어졌던 순손실도 지난해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어요.
그동안 부실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취해온 거야?
부실채권 매각과 상각을 단행하고 대출 프로세스를 전면 정비하며 체질을 개선해 왔어요. 인력도 5,000명에서 2,800명 수준으로 줄였고,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통폐합하는 등 비용 구조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나갈 계획이래?
우량 자산을 선별해 늘림으로써 본업의 이익 체력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해요. 한국계 기업 전담 조직인 '코리아 링크'의 여신 규모를 2021년 말 4,000억 루피아에서 지난해 말 6조 7,000억 루피아로 16배 이상 성장시킨 것처럼, 검증된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자산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에요.
KBI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지점과 향후 전망은 어때?
KBI는 2028년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PPOP)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단순한 순이익 흑자를 넘어, 본업만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한정호 KB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부코핀은행 인수 초기 60%대에 육박하던 잠재부실대출(LAR) 비율은 20%대까지 낮아졌고, 4년 연속 이어졌던 순손실도 지난해 현지 회계기준으로 첫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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