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 3년차로, CSM(계약서비스마진) 중심의 외형 성장에서 벗어나 자본 건전성을 통한 체력 차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속에 자본은 규제 대응을 넘어 수익성과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내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50%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자본의 '양'뿐 아니라 '질'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주요 보험사들의 자본구조를 유형별로 나눠 건전성 지표 이면의 구조와 리스크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외국계 보험사 특유의 탄탄한 자본구조를 갖춘 AIA생명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년 새 5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전체 가용자본의 90% 이상을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으로 채우고 있지만, 시장금리 변동 등에 따라 기본·보완자본이 동시에 줄어든 사이 보험·신용·운영위험을 반영한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빠르게 불어난 결과다.
당장 자본건전성 자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하락 속도는 부담이다. 올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완화 기준인 킥스비율 160%와의 격차가 16%포인트대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160%를 밑돌면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져 배당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자본을 내부에 유보할 필요성은 높아질 수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AIA생명의 킥스비율은 176.4%로 전년 동기(227.8%) 대비 51.4%포인트(p) 하락했다. 킥스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본자본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2026년 상반기 말 AIA생명의 기본자본비율은 159.8%로 1년 전(201.2%)보다 41.4%p 하락했다. 기본자본비율은 전체 가용자본이 아닌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자본만을 분자로 활용한다.
비율 하락에도 AIA생명의 자본 구성 자체는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본자본은 2조6250억원, 보완자본은 2735억원으로 가용자본 2조8985억원 가운데 기본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1%에 달한다.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킥스비율과 기본자본비율 간 격차도 16.6%p에 그쳤다.
순자산에서도 자본금과 관련 자본잉여금 등의 비중이 높다. 올 상반기 말 AIA생명의 순자산은 2조9001억원이며 이 가운데 보통주는 1조5082억원으로 52%를 차지했다.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 이전부터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데다 주주 출자를 바탕으로 자본을 쌓아온 결과다.
문제는 이처럼 기본자본 중심의 구조를 갖추고도 자본비율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킥스비율 176.4%는 올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완화 요건인 160%와 불과 16.4%p 차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 해지 시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이 회계상 보험부채보다 클 경우 그 차액 등을 이익잉여금 내에 적립하도록 한 준비금이다. 2026년에는 직전 분기 말 킥스비율이 160% 이상인 보험사만 적립비율을 100%에서 80%로 낮출 수 있다. 적립 완화 요건인 킥스비율은 매년 10%p씩 낮아져 2029년에는 130%가 적용된다.
킥스비율이 160% 아래로 내려가면 AIA생명의 자본정책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다. 준비금 적립비율이 높아지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홍콩 모회사인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AIA International Limited)에 대한 배당과 자본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AIA생명 입장에서는 킥스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AIA생명의 자본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분자와 분모가 동시에 불리하게 움직인 결과다. 가용자본을 구성하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은 나란히 감소한 반면 분모인 요구자본은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말 AIA생명의 기본자본은 2조625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575억원) 대비 8.1% 감소했다. 기본자본에 하방 압력을 가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다. 같은 기간 OCI는 113억원에서 마이너스(-) 388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OCI는 이익잉여금, 보통주 등과 함께 기본자본을 구성하는 항목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채권의 공정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른 평가손실이 OCI에 반영될 수 있다. AIA생명 역시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평가 변화 등이 기본자본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완자본 감소폭은 더 컸다. 올 상반기 AIA생명의 보완자본은 2735억원으로 전년 동기(3782억원) 대비 27.7% 줄었다. 보완자본으로 재분류되는 해약환급금 상당액 초과분이 같은 기간 3774억원에서 2720억원으로 27.9% 감소한 영향이 컸다.
AIA생명 측은 신계약 유입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고 관련 평가손익 등이 변동하면서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해약환급금 상당액 초과분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자인 자본이 줄어드는 동안 분모인 요구자본은 반대로 커졌다. 올해 상반기 말 AIA생명의 요구자본은 1조643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205억원) 대비 15.7% 증가했다. 기본자본 -8.1%, 보완자본 -27.7%, 요구자본 +15.7%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킥스비율이 1년 만에 51.4%p 떨어진 셈이다.
요구자본 증가에는 보험 본업에서 발생하는 위험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말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은 1조421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28억원) 대비 9.1% 늘었다.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은 사망·장수·질병·해지·사업비 등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자본 규모로 환산한 값이다.
올해 강화된 계리감독 기준도 보험위험 관리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신규 계약의 손해율과 사업비 등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반영하도록 관련 기준을 강화했다. 신규 담보에는 실제 손해율과 기준 손해율인 90% 가운데 높은 값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신용위험액과 운영위험액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AIA생명의 신용위험액은 4058억원으로 전년 동기(2493억원) 대비 62.8% 늘었다. 운영위험액도 같은 기간 1124억원에서 1972억원으로 75.4% 증가했다.
특히 운영위험액에는 예상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지출 간 차이 등에 대비하는 기초가정위험이 반영되는 만큼 계리가정 변화에 따라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신용위험액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향후 자산 포트폴리오와 위험 익스포저 관리가 요구자본 통제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AIA생명이 자본비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의 개선뿐 아니라 보험 본업을 통한 자체적인 자본 축적도 중요해졌다. 표면적인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이끈 것은 보험이익이 아닌 투자이익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AIA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360억원으로 전년 동기(770억원) 대비 76.6% 증가했다. 투자이익이 같은 기간 536억원에서 1735억원으로 223.7% 급증하며 전체 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반대로 보험이익은 428억원에서 39억원으로 90.9% 급감했다. 계리감독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보험 본업에서 창출하는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투자이익에 기대기보다 보험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이익잉여금을 축적하고 기본자본을 자체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AIA생명은 여전히 가용자본 대부분을 기본자본으로 구성하고 있어 자본의 질 자체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보완자본이 동시에 줄어드는 사이 요구자본이 빠르게 늘고 보험이익마저 약화된 만큼, 앞으로는 높은 기본자본 비중을 유지하는 것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이익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자본 관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자본비율 변동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산·부채 평가 변동과 계리가정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며 "또 단기적인 손익 변동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 확보에 중점을 두고 보험 포트폴리오 및 영업채널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