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2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은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SK 기초자산으로 출발했다. 당국은 출시 전부터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효과를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예상한 것보다 더 처참한 현실로 돌아왔다. 코스피가 9000포인트에서 6000까지 급전직하 하자 정부는 7월에 보완대책과 기본예탁금 강화라는 규제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은 더 커졌고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8월에는 괴리율 관리 강화와 모의거래 의무화까지 내놓았다. 정부의 사후약방문 규제로 변동성은 최근 잦아들었다. 그러나 그 사이 수많은 국내 개인투자자 피해가 양산됐고, 반대로 외국계 자본은 그만큼 배를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종레 백서는 이 상품의 출시와 시장 충격, 그리고 사후 규제 강화의 정책 타임라인을 되새겨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게 할 반성문이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단종레의 공식적인 시작은 금융위원회가 2026년 1월 30일에 내놓은 공식 보도자료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남창우 사무관과 자본시장과 정종헌 사무관은 ‘국내-해외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규정 개정 예고 등 추진’이라는 자료를 내놓는다.
금융위는 여기서 국내와 해외 ETF 사이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달성하도록 단종레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 미국‧홍콩 등에는 다양한 단일종목 주식 기초 ETF가 상장되어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의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해당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요건(10개 종목(ETN은 5개 종목) 이상, 종목당 30% 한도) 등으로 인해 단일종목 ETF·ETN 출시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전까지 기존 자본시장법은 ETF가 기본적으로 10개 종목 이상, 종목당 30% 이하라는 분산투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때문에 법 개정 전까지 삼성전자 한 종목에 200% 노출이라는 구조의 상품은 만들 수 없었다. 금융위는 이 규제를 풀어 국내 우량주에 한해 단일종목 상품을 허용하기로 했다. 레버리지는 ±2배까지만 허용했다. 금융위는 “이를 (비대칭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 및 규정을 개정해 국내 우량주식을 기초로 하는 단일종목 ETF의 국내 상장을 허용한다”며 “향후 거래소 규정 개정 등을 통해 ETN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도입 취지의 이전에 의아한 것은 금융위를 설득한 근원이다. 금융위 자료에는 “다양한 ETF 투자수요가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만 기술됐다. 이 지적을 당국에 줄기차게 민원식으로 넣은 주체가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 설득력이 있는 후보는 운용사,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증권사, 대통령실, 금융위 내부 등으로 좁혀볼 수 있다.
◆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화…넉 달 만에 상품 출시
금융위는 1월 말에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후 정책결정은 짜놓고 맞춘 듯 전광석화로 이뤄졌다. 3월 11일까지 한 달 반 만에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이 예고됐고, 4월 21일에는 국무회의 시행령 개정안 의결이, 일주일 후인 4월 28일에는 공포. 시행이 이뤄졌다. 5월 15일 금융위가 투자자 유의사항을 발표했고, 5월 27일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일제히 18개 상품을 내놓았다. 민관이 미리 약속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속도의 전개였다는 지적이다. 4월28일 시행령 시행 후 불과 한 달 만에 8개 운용사가 16개 ETF를 동시에 상장했다는 건 제도 개정과 상품개발·거래소 시스템 준비가 병행됐다는 의심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역시나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금융위나 당국은 중대한 오류를 범한다. 단종레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을 규제강화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규제완화로 오판한 것이다. 단종레를 허용하는 법 개정의 취지는 타국 시장과 비교해보면 규제완화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자본시장법이 ETF에 적용하던 분산투자 의무를 없애고 단일종목 200% 노출이라는 강력한 시장 변수를 받아들이자면 투자자 보호 보치 등이 필요한데 이는 자연스럽게 규제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을 내기 전에 국무조정실에 규제심사 대상인지 문의했고 당국은 이에 대해 “동일종목 증권 투자한도를 완화하는 개정은 규제완화이므로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회신을 발송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규제영향분석서를 붙이지 않고 ‘규제영향분석 미첨부 확인서’를 첨부해 입법예고했다. 투자한도 완화는 정책의 관점에서는 규제완화일 수도 있지만, 시장 전체의 금융안정 관점에서는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맹견(?)을 이른바 목줄도 없이 풀어준 셈이다. 결국 당국이 놓친 단종레 허용은 시장의 미시구조와 리밸런싱 수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돌아왔다.
◆ 출시 한 달 만에 개인 11.3조 베팅
단종레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6월 말까지 한 달여간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쏟아부은 자금은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6월 개인 순매수 상위 1~4위를 이들 상품이 모두 차지했다. 상장 초기부터 회전율이 100%를 넘는 날이 잇따랐고 괴리율은 상장 8거래일째 85.9%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향한 쏠림 현상은 이미 설계 당시에서부터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은 4월 2일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개정 사전예고를 통해 단일종목 ETF의 기초자산 요건을 제시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증권 및 그 증권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하되 ▲직전 3개월 유가증권시장 내 평균 시가총액 비중 10% 이상 ▲직전 3개월 평균 거래대금 비중 5% 이상 ▲국제 주요 신용평가기관 기준 투자적격 등급 이상 ▲직전 3개월 평균 국내주식선물·옵션 거래대금 비중이 파생상품시장 내 1%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4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코스피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두 종목만 해당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장명진 금융투자협회 변호사는 상장 전인 4월 증권법연구에 투고한 논문에서 이 지점을 짚었다.
법령상 최소 요건을 두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지만, 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대상 종목을 사전에 지정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국이 종목을 직접 열거하는 방식에 대해 특정 종목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두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위치였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의 55%, 코스피200의 59%에 달했다. 2025년 초 23%(26%)에서 2026년 초 34%(38%)를 거쳐 급격히 올라온 수치다. 2026년 두 종목의 수익률 상관계수는 0.82로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서로 동조화된 두 종목에만 2배 레버리지가 허용된 셈이다.
◆ 코스피200의 59%에 불장난
종목 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순매수가 한 방향으로만 쌓이며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장일부터 6월 19일까지 개인 누적 순매수는 레버리지 약 8조2000억원(SK하이닉스 4조6000억원, 삼성전자 3조7000억원), 인버스 약 3000억원이었다. 상승 베팅과 하락 베팅이 서로를 상쇄하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레버리지 상품은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추가로 사고 내리면 추가로 판다. 이 거래가 주가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발생하므로 기초자산 주식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리밸런싱 거래가 장 마감 무렵에 집중돼 마감 시간대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은 해외 학계에서 오래 제기돼 왔다.
이후 입법조사처에서 조사된 결과를 보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상품 규모와 기초종목의 유동성, 다른 투자자의 거래행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국내에서는 이 세 조건이 모두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실제로 시장을 얼마나 흔들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키우는 한편 가격이 하락할 때 매수하고 상승할 때 매도하는 투자자의 역추세추종적 매매가 존재하면 그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도 최근의 변동성 확대에 두 종목의 시장 비중과 변동성 확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 증가, 대외 불확실성, 투자자 유형 간 수급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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